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먹고 사는 문제가 이처럼 시구에 실리니 절절하게 다가온다. 경제가 풍요로워진만큼 빈곤층이 체감하는 인생살이는 더 팍팍해지고 있다. 없이 살 때는 서로 비슷한 처지이니 도와가며 동변상련의 심정으로 가난을 이겨냈는데 지금은 빈부의 격차가 커지다보니 우선 자신의 밥그릇부터 챙기기에 바쁘다.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에 실린 시들은 시인들에게 포착된 개인의 일상과 삶이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것이 경제라는 걸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재 소설가로 재능이 넘쳤던 <봄봄>, <동백꽃>같은 단편소설을 썼던 김유정도 가난에 내몰리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해 결국 요절하고 만다. 그 뿐만 아니라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최영미 시인도 연간 소득 1,300만원이 안되어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고 할 정도이니 밥벌이가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곧장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된다.


집값과 전월세가 오르면 점점 더 외곽으로 혹은 더 열악한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제는 서울에서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돈이 없으면 하늘 아래 몸을 뉘이기도 힘든 세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임금 격차부터 복지,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모든 면에서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을 받고 있다. 그들은 부당 해고를 당하면 이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니 송전탑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경제 이야기가 우리들의 삶으로 들어오면 굉장히 치열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고단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는지를 이 책은 시와 함께 담담히 풀어가고 있다. 분명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단물에 빠져있을 때 다른 곳에서는 자본주의에 걸려 쓰러지거나 넘어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읽을수록 우리들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느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시에 드러나듯 이것이 바로 서민 경제의 민낯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몰고 갈 생각은 없다. 분명 사회와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되었고 언제든 쓰러져도 재기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복지는 희망이라는 끈을 놓치지 않고 언제든 일어서고자 하는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하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 사회의 몫일 듯 싶다. 결코 과장되지도 않고 감성에 호소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풀어나간 책이라 그 어떤 경제관련 도서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시도해보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서로 살기 좋은 환경의 사회가 되고 관련 법 정비 및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