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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



예전에 읽으면서 역사의 새로운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책의 정신>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서, 문학, 사료 등 관련 자료들을 통해 역사학자들이 해석할 따름이다.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는 그 이유가 원래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인지 아니면 집단, 신념, 신앙, 이데올로기 등 외부적인 요인들을 인해 선택을 강요받은 것인지 그것도 해석하기 나름이 아닐까? 저자는 63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부터 쭉 역사 속에서 나타난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가 흥미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반드시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일 것이라는 명제는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예기치 않은 일들을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판단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고 왜 그들이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작업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만한 부분이다. 사실 십자군 전쟁도 교황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각 나라의 영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군대를 외부에 보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자 했던 성격이 강했을 것 같다.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전쟁이었고 신권을 강화하기 위한 어리석은 전쟁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해도 그 결정을 최고결정권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독교의 이중성과 사도 바울의 위선은 논란이 될만하다. 저자가 기독교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쓴 것인지 몰라도 성경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도 보이고 있다. 바울은 종교 기획자가 되고 예수를 자신의 종교를 위한 대속물로 취급받으면 깜짝 놀랄 것이라는 부분이다. 개명하기 전 사울이었던 그는 로마 시민권을 가진 최고 엘리트였으며 예수를 공격하던 부류 중 하나였다. 그러다 사막에서 예수를 만나고 바울로 개명해서 여러 도시를 순례하며 말씀은 전파한 인물이다. 물론 신약성서에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 이런 해석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갑자기 위선자가 된 사도 바울이라니.


수많은 주석 처리와 관련 문헌을 참고한 부분은 좋았으나 다소 편향적이고 특정 종교를 배격하는 입장에서 쓰다 보니 모두 어리석음에 초점을 맞출 수 없었는지 의문이다. 그때도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바가 있겠는가? 서양사에서 어리석었던 역사를 발췌한 노력은 가상하지만 설득력을 담보하려면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했으면 좋겠다. 마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식으로 지칭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위한 끼워 맞추기는 아니였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에 역사가 흥미로운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