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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흔들린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요즘처럼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당당히 시 전문으로 구성된 시 그림책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시집과 산문집을 아우르며 다양한 작가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비롯한 여러 수상 경력을 가진 한민복 시인의 대표작 <흔들린다>에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상한 이력을 가진 한성옥님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만나 여유를 느낄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오늘날, 가슴 한 켠에 따뜻한 싯구를 담아본다. 시는 눈으로 읽고 음미하는 것보다 입으로 읊어 소리를 내어 읽을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조용히 읊어보니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내 삶이 보였고, 싯구처럼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다. 거센 바람에 흔들려 가지가 부러질지언정 중심을 잡고 있는 나무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지를 뻗고 이파리를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 덕분이 아닐까?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나는 심하게 흔들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크게 흔들리고 지친 상태로 퇴근한다.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는 없을까? 속으로 참고 꾹 참다가 참지 못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하늘을 올려본다. 유유히 떠가는 구름과 날렵하게 날아가는 새들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생의 무게에 흔들리고 주체할 수 없이 힘든 하루를 보내는 지금도 나는 흔들리지 않게 위해 흔들렸다는 시인의 말이 무엇을 의미했을까 곰곰이 되새겨본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걸까? 언젠가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등 인생에서 큰 변화가 밀려올 때 나는 굳건히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을까? 흔들리는 나무가 내 모습 같다. 아등바등 겨우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거센 바람이 한 차례 더 불어오면 쓰러질 지 몰라 버티고 버티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한동안 일에 치여서 그런지 몰라도 흔들리는 나무에 자신을 투영하고 또 인생을 관조하듯 바라보게 된다. 시가 가진 메세지와 위태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그림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큰 버팀목이 되어준 나무 덕택이다. 그래서 우린 위안을 받는다. 거센 바람도 반드시 그칠 것이며, 흐릿한 하늘도 반드시 화창하게 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희망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견뎌낸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나? 나처럼 숱하게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했을 지도 아니면 맑게 개인 하루였을지는 모르겠다.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이 시대에 맞게 시 그림책을 읽으면서 힘든 현실을 겨우내 버텨내는 것 같다. 오nn늘은 흔들렸지만 내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개일 거라는 희망을 바라보며 흔들리듯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위안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