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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병서 조선을 말하다 : 혼란과 저항의 조선사



역사책에서 바라본 조선시대의 모습은 대개 무신 보다는 문신에 대한 예우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성리학을 숭상하기 때문에 군사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책을 읽으면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건국 초기부터 여러 권의 병서가 간행되었고 무기 개발과 전술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틀은 태종이 왕위에 오른 후 왕 중심의 병서를 만들면서 조선시대 내내 유지되었다. 무과 시험에서 이론서인 병서 중 무경칠서와 마보무예를 핵심 과목으로 정원 28명을 뽑았다. 무과는 식년시에 치뤄졌는데 식년시는 3년마다 치렀던 과거 시험을 말한다. 진법에서 발전시킨 진도지법은 군대를 운용하기 위한 기본 훈련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행진, 결진, 응적, 교장 등은 현재까지도 유사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시험에서 가장 빠르게 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은 문신에서 장원급제를 하는 것이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조정에서 무신들에 대한 처우가 어떠했는지를 보면 조선시대에서 무신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조선시대에는 유독 크고 작은 외세의 침략이 잦았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처럼 주변 강대국들에 의한 침략으로 인해 새로운 병서가 요구되었고, 무예제보나 무예제보번연속집처럼 왜적에게 대응하기 위한 책이었다. 정조 때에 오면 크게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군사훈련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총집결시킨 군사교범서 병학지남은 이후 병학통, 무예도보통지와 함께 통합전술과 개인무술에 대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책이 발간되었다. 조선 후기에도 병서는 꾸준히 발간되었고 신헌이 쓴 훈국신조군기도설과 훈군신조기계도설은 무기와 병기의 제작 및 활용법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어 군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실제 활용하거나 보급되지 못했다.

이 책에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의 병서에 대해 상세히 기술해주고 있어 조선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병서는 군사훈련교본 같은 것으로 한 나라의 군대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필수지침서다. 그 동안 병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큼 체계적으로 잘 쓰여져 있어서 병서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겐 좋은 참고서가 될 듯 싶다. 꾸준히 병서를 발간하며 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조선시대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