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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제목이 마음을 뒤흔든다.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그 나이쯤 되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직장에서 최소한 차장급 이상은 될 시기다. 그 누구도 내일 일을 장담하지 못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며 허무함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우리다. 이 책을 쓴 저자도 '진짜 나답게 사는 법'을 알기 위해 읽기 시작한 '맹자'는 인문학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지닌 구성은 보통의 에세이와 조금은 다르다. 일상의 일들을 적은 에피소드와 함께 '스토리로 맹자 읽기' 가 이어진다. 현실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해답을 '맹자'에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와 같은 시대를 경험한 세대라서 책 속의 내용이 마음에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불혹에 접어든 나이면 세상에 대해 왠만한 일들을 다 알 것 같은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다.

책의 구성은 총 4장에 19가지 에피소드와 '스토리로 맹자 읽기' 각 2편씩 실려 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에게 집중하던 시선이 밖으로 향하는 것을 느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마흔을 전후한 세대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지 같은 세대여서 훨씬 공감대가 컸다. 90년대 대중문화 혁신의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던 '서태지 서대'라는 점과 이제는 앞만 보며 달려 나갈 나이가 아니라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걷기도 하고 멈추기도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세상으로부터 미혹되지 않을 나이인데 세상의 유혹은 왜 그리 심한가? 인생의 허무를 알아버린 후에 찾아오는 마음의 상실감과 아픔은 크나큰 상처로 남아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너무 힘들게 앞서 가려고도 하지 말고 지치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나를 톡닥여주고 싶다.

아무리 걱정을 해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지나가 버린 일에 아쉬워하고 후회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우리는 숨이 붙어 있는 한 오늘을 살고 내일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그 내일은 오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잘났든 못났든 그 몫은 온전히 내게 있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좌지우지 하기 보다는 저자가 '맹자'를 읽으면서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은 것처럼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살도록 할 것이다. 너무 많은 욕심과 기대에 흔들리지 말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없으면 어떤가? 그 조차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돈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두 다 그럴 것이라는 생각의 함정에 속지 말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한다면 조금은 행복한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