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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무탈한 오늘



마냥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들이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연일 들려오는 소식들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일까? 일터에서 아깝게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와 교통사고, 자살, 불치병 등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사람들을 보면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시작하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20~30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소중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지냈다. 친구로부터 같은 학교 동기가 오토바이를 타다 전봇대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약 2년간 일했던 직장의 이사님이 자살했다는 소식에도 슬픈 감정이 전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 16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갑게 지내던 애견을 여행 보내야 할 때 한동안 집안은 적막했다. 늘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일상이 사라진 것이다.


곁에 늘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하다. 자꾸 생각나고 마치 현실이 아닌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들은 생애 주기가 있고 한계 수명이 있듯이 언젠가 생명이 다하면 여행을 떠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애프터문이라는 가구 공방의 디렉터로 활동하며 고양이와 개를 기르고 있는데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생긴 에피소드가 많다.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 다르게 주인에게 내리사랑을 받으며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들도 언젠가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 때문에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사색하며 읽은 책이다.


좋은 미래는 좋은 현재를 쌓으므로 닿는 지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정성스럽게 가구를 만든다는 저자의 생활은 스물네 살에 다른 대학에 입학하며 평온하게 보내다 6개월이 되었을 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간절했던 흔해빠진 대학교에서의 생활도 돈, 명예, 승진, 건강 같은 보편적 가치보다 안온한 일상이 소중해졌다. 5년 동안 몇 개월 동안 검사를 받아왔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고, 이제는 가구 공방에서 지내며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일 없이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간절하게 바라는 일상일지도 모를 하루이기 때문에.



무탈한 오늘
국내도서
저자 : 문지안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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