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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2016년 10월, 일본 효고현 단바에 문을 연 히요리 브롯은 월령 주기에 따라 빵을 굽고 식재료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시골 빵집이다. 달이 차오르는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 온 신선한 재철 식재료로 빵을 만드는 데 혼자 온라인 판매로 운영하다 보니 만들 수 있는 개수는 98개다. 하루 배송할 수 있는 분량은 14건. 7종류 한 세트로 14건이니 나중에 주문한 사람은 5년 이상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히요리 브롯이 지향하는 빵 제작에 대한 원칙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레시피로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철에 나오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결코 같은 빵이 나올 수 없고, 직접 식재료를 여행하면서 들른 농가에서 확인한 건강한 작물과 달걀을 공급받아 만들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매번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빵을 맛보는 느낌도 다를 것 같다.


저자가 제빵사의 길을 가게 된 케이스도 특이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보내던 대학에서 워낙 빵을 좋아한 친구를 따라 빵집 순례를 따라다니며 먹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리쿠르트에서 배운 점도 많다. '원가 대비 이익률은 어느 정도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이윤을 내지 못하는 사업 아이디어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며 원가 대비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워주었다. 원래부터 빵을 만들겠다거나 요리하는 취미도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과 교류와 우연한 계기들이 쌓여 오늘의 제빵사가 된 것이다. 스승인 시가 카츠에이 셰프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데 주말 아르바이트로 유하임 디 마이스터 마루빌딩점 사원으로 정식 채용되면서 인연을 맺게 되어 시가 셰프가 운영하는 시니피앙 시니피에에서 7년간 필사적으로 제빵사 수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빵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시니피앙 시니피에에서 생활하며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고된 작업을 견디며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시가 셰프로부터 매일 같이 야단을 받으면서 하루 2번 있는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음식이 건강을 만든다'는 철학을 배운다. 다른 동료들은 경력이 6~7년이 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청소뿐이라 생각해서 매일같이 작업실을 열심히 청소한다. "매일 해야 하는 청소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빵을 만들 때도 어딘가 한 군데는 반드시 소홀하게 되어 있어. 그런 사람이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라는 시가 셰프의 가르침대로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2시간은 청소로 깔끔하게 작업실을 정리하는 습관이 들였다. 이렇게 그가 단바에서 월령 주기에 따라 빵을 만드는 제빵사로 가게 된 인연들은 필연적이었을지 모른다.


20일은 고된 육체노동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제빵 일에 매달리지만 10일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여행하며, 다른 일도 함께 도모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이윤이 남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도 꾸준히 하는 등 계속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간다. 반복되는 일에 지겨울 수도 있을 텐데 체절마다 다른 식재료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일하는 20일 외에 10일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삶은 이 일을 지속하게 만들었다. 부록처럼 들어간 히요리 브롯의 레시피는 어떤 과정으로 빵을 굽는지 알 수 있었고, 혹시 제빵에 관심이 있다면 따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식재료의 배합이 중요하지만 역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기 때문에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의 히요리 브롯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한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달을 보며 빵을 굽다
국내도서
저자 : 쓰카모토 쿠미 / 서현주역
출판 : 도서출판더숲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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