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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금지의 작은 역사 : 세상이 나에게 주입한 20가지 불온한 것들의 목록



개인이 지닌 사고의 범주를 제한하고 집단지성 형성과 사회 갈등을 촉발시킨 쟁점들에 대하여 인문학협동조합이 기획하여 신문에 연재한 '금지를 금지하라' 시리즈를 묶은 이 책은 한국의 자유와 다양성의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발설하기 껄끄러웠던 문제들은 최근 들어 수면 위로 급부상하여 이제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책의 20가지 주제에 대하여 논하는데 하나하나 의문을 가지고 읽다 보면 학습되어 온 사회 기제의 강력한 힘이 내 의식체계를 지배해 왔다는 걸 알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일종의 윤리와 도덕관념도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맞게 길들여져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거나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기보다는 강제 주입식으로 암기하고 배웠던 기억만 있다.(예 : 국민교육헌장)


모든 사안에는 양면성이 존재하고 개개인의 사고로 선택할 문제들이 권선징악 혹은 이데올로기로 몰고 간 측면이 있다. 노조 설립의 경우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인데 이를 조직적으로 저지하거나 이념으로 대립각을 서는 것을 보며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에 위배되는 행위라 과연 노조 없이 경제민주화가 가능한 것인가에 의문이 들었다. 방송과 권력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방송 검열, 블랙리스트 작성, 금지곡 선정, 땡전뉴스를 보며 권력에 지배당하면 방송은 편파적인 보도로 왜곡된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걸 보며 뉴미디어 시대에 팩트체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


사람들과 종교,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민감한 주제들이 많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찬성이냐 반대냐를 놓고 첨예하게 서로 얼굴을 붉히며 따질 것 같다. 이미 사회에 드러난 현상에 대해 우리는 올바른 잣대로 판별이 가능한가? 시대에 의해 검열 받고 제단 된 서글픈 한국의 단면만 노출될 뿐이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모두 다 그 색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제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 '세상이 나에게 주입한 20가지 불온한 것들의 목록'은 곧 포비아 현상으로 인해 스스로 규정짓고 재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정원사가 가지치기를 하듯 남과 다른 모습에 가학적인 비난과 공격이 뒤따른다. 현재 보이는 사이버상의 모습은 병적일 정도로 기괴하고 비이성적이다. 맹목적이기 할 정도인데 사회 곳곳에서 외치는 다양한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지나온 역사가 다음 세대에게 반면교사가 되어 다양성이 자유롭게 논의되고 수용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금지의 작은 역사
국내도서
저자 : 김성환,오영진,이소영,천정환,허민
출판 : 천년의상상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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