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읽어도 역시나 스케일에서 독자들을 압도하는 책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반도>, <사스>, <글자전쟁>까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면서 과연 그랬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만드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그의 책에 빠져들고나면 마치 역사의 한복판에 떨어져서 과거 미스터리한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뛰어드는 기분이 든다. <한반도>의 개정판으로 나온 <1026>도 어김없이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전개 방식은 읽고나면 숨이 가파오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처음은 우연히 시작된다. 하버드대학교 앞 케임브리지 광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잠시 용돈 벌이 겸 한국을 알리기 위해 판소리를 한소절 부르고 있는 서수연과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마주한 이경훈 변호사. 그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 요 몇 년간 연락이 끊기다가 타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단지 수연으로부터 전화만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한밤중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노인의 것이었다. 박대통령과 10. 26 비밀을 수연... 하우스...라는 말만 남긴 채 숨지고 만다. 그 분은 제럴드 현인데 블랙 3에 해당하는 중요인물이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꾸준히 연금을 받고 있었고 수연에게 현금 180만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점점 제럴드 현에 대한 궁금증과 증폭되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인 경훈은 자신의 상관이기도 한 케렌스키 대표에게 연금 관련 정보를 부탁한다.
사건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자신에게 가방을 부탁하며 라스베이거스로 가줄 것을 부탁한 케렌스키 대표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에이펙스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10.26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볼 생각에 한국으로 온 경훈. 제럴드 현의 본명은 현강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중 그의 충복이었던 오세희를 알게 되어 캐나다로 가 만나면서 구체적인 증거들을 더욱 많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핵심은 평소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핵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한 박정희와 이를 꾸준히 감시하면서 지켜본 CIA를 비롯하여 한국에 파견된 현강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시해하게 된 배후에는 과연 어떤 세력이 존재하는지. 수없이 도상훈련을 하면서 '김학호 준비해'라는 말만 했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을텐데 그 현장에서 박정희와 차지철을 사살하고 남산이 아닌 육본으로 차를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이다. 아마 김재규는 군과 미군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 믿었고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박정희를 경계하던 미군으로써는 이대로 가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재규를 이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정이다. 과연 단독범행인지 우발적으로 총을 쏜건지 아니면 철저하게 계획 하에 이뤄진건지. 김제규를 취조하면서 드러난 사실들도 흥미롭고 분명 미 비밀문서에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로 가면 괴한으로부터 납치되어 목숨을 잃을뻔한 수연과 점점 10.26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훈 등 사건이 긴박하게 흐른다. 죽을줄로만 알았던 케렌스키 대표가 엄청난 증거를 갖고 돌아오는데 엄청난 돈을 들여 도박을 한 이유는 특정 대상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였다라고 한다. 열쇠를 풀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숱한 의문과 궁금증만 자아낸다. 대통령으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때 경훈은 한반도의 안전과 미국과의 관계가 조금은 서로를 존중하는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한다. 민족주의자이기도 한 현 선생님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사명감. 그 당시의 사건들을 재현한 듯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대화들은 아픈 우리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 한국은 그때까지만해도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국가가 아닌 감시와 견제를 받으면서 그들의 의도대로 정치와 경제를 지배당하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도 가슴을 뛰게 만든 대단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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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새움 서포터즈 1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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