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고전문헌학 박사이자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쓴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인문학적인 시점에서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에 관하여 쓴 책이다. 우리는 종종 살면서 덩그라니 놓여진 내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기에 신을 찾는 것이다. 기독교를 인문학으로 해체하여 보면 낯설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책을 보더라도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풍겨온다. 하지만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듯 곰곰히 생각하면서 읽어도 될 정도로 알기 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짝 든 거부감은 크리스천이기에 전적으로 무심론자의 시점에서 읽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탓일 듯 싶다. 아마 다양한 작품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저자가 말하듯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양을 쌓는 것이다. 좁은 내 시야에서 보는 세상이 전부이고 진리라 믿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지 미쳐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되면 특정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삶의 중요한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걸어온 행적. 그리고 저자가 성경과 예수님을 통해 분석한 인문학적인 분석은 놀랍다. 편협한 내 자신을 여지없이 깨트리고 무너지게 만든다. 율법주의적인 잣대로 세상을 제단하며 나와 너로 분리한 채 바라보지 않도록 깨달음을 준다. 그 불편함 조차 내가 신약성경을 읽으면서 알았던 예수님에 대한 이미지와 말씀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크리스찬에겐 성경은 경건한 책 그 이상이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 담겨있는 책이기에 성스럽고 그 어느 구절조차 함부로 반박할 수 없다.
"인간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욕망이 투사된 신을 만들어 숭배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예배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신을 '이단'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자신이 이해하는 신만이 참된 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p.318~319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종교를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하여 성경구절을 멋대로 해석하는 사람이라면 이단이라 할 수 있지만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를 과연 종교라는 테두리에서 부를 수 있는 지. 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에 비춰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철저하게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간혹 성경 말씀과 배치되는 문장들이 있어서 크리스찬들의 생각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분명 성경에 있는 말씀을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이유는 뭘까? 기독교의 핵심 논리 중 하나인 천국과 지옥을 단지 내 마음이 동하는 곳이 천국이라고 해석해버리면 어디든 천국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닌가? 아직까지 종교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건 내 믿음을 시험하며 흐트러뜨릴까 주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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