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책이다. 어디로 종잡을 수 없을만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럭비공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래트브리지 해상세탁소는 단지 세탁물을 빨랫줄에 걸었을 뿐인데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은 성이 나서 이들을 체포하라고 한다. 단지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인 이들은 제대로 항소해보지 못하고 재판에 회부되어 1만 그로트를 귀부인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과 피해보상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난다. 재판은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변호사의 모든 이의신청은 기각된다. 증인이라고 불러온 사람들은 거의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하찮은 이유에 대해서 말했을 뿐인데 증거로 채택되는 기가 막힌 일이 진행된다. 병환이 있던 윌리엄 할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 기지를 발휘한 아서 덕분에 젤 앞자리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누가봐도 이상해보였다. 근데 거기서 받은 약을 먹은 윌리엄 할아버지는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이를 본 윌버리 변호사는 까만 물약을 구한다면 1만 그로트를 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래프브리지 해상세탁소 직원들과 함께 모험에 나서기로 한다.
윌버리는 이번 모험에서 아서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제외시킨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서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잘 아는 윌리엄 할아버지는 아서에게 잠수함 열쇠를 준다. 아서는 박스트롤인 피시와 함께 잠수함을 타고 윌버리가 탄 배를 따라잡는다. 근데 배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의사는 모든 선원을 모여놓고 깜짝쇼를 한다면서 이들이 숫자를 세게 한 후 스내쳐 에게 선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배는 스내쳐 일당들이 차지하게 되고 윌버리, 키퍼, 피셔 등은 선원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마치 우화같기도 하고 박스트롤의 역할이나 비중보다는 다른 인물들의 좌충우돌하면서 동화처럼 전개되는 이야기가 신기하다. 극단적으로 마구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는데 허점 투성이인 스내쳐는 아서의 기지로 성난 깡충 오소리에게 습격을 받고 상황은 역전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핑글로부터 까만 물약의 비밀을 듣게 되는데. 블랙 캐비지 섬에서 모험도 흥미를 끈다. 치질라라는 괴물과 스내쳐 일당과의 한판 승부. 이 소설에서는 잠수함, 선박, 치질라 모형의 괴물 설계도가 있어서 아이들이 읽는다면 상상력의 나래를 필 것 같다.
이야기가 딱 그 눈높이 맞춘 것 같다. 통틀어서 보면 악의적이고 나쁜 악당들에게도 연민을 갖게 만들고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결국 상상의 섬으로 떠나는 모험과 신비로운 일들이 전체를 감싸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살짝 별개의 이야기는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이야기에는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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