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나서도 일상처럼 바쁘게 돌아다니기 위한 일정 채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자가 여행서 출간을 위해 간 교토에서 겪은 일이 무척 공감이 되었습니다. 미리 인터넷 검색과 여행 관련 책을 보며 찾아갈 지역에 대한 동선과 일정을 짜서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편입니다. 혼자서 여행할 때는 대부분 계획대로 움직였고, 조금이라도 일정이 틀어지면 스마트폰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모든 정보들이 다 들어있고 버스 노선까지 친절하게 찾아볼 수 있어서 낯선 곳이라면 더더욱 중요한 물건입니다.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고장 나 버리는 건 최악의 상황이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건 그나마 차악인 건데 저자는 가장 중요한 조력자였던 스마트폰이 고장 나 버리고 맙니다. 아마 이때부터 <빼기의 여행>의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스마트폰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관광 지도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관광 지도로도 물어 물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조차 정확하게 짜인 대로 바쁘게 일정을 소화해내는 게 편하게 쉬려고 떠난 여행인가 싶은 거죠. 일상에서 찌든 피로를 풀고 마음 편하게 즐기려고 여행을 마음먹고 떠난 건데 그곳에서조차 일하는 것처럼 분주하게 보낸다면 참된 여행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우연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상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그 순간들을 여유롭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글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음 편하게 읽다 보면 홀로 숲에 있을 때 내 마음이 평온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유명한 관광지나 카페에서 행복한 내 모습을 담은 셀카와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굳이 자랑하지 않더라도 힘을 꽉 준 여행의 요소들을 덜어낸다면 그것이 바로 참된 휴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히 찾은 동네에서 어느 골목길을 들어갔다가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할 때의 기분처럼 여행이라는 건 낯선 곳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개인차가 큰 것 같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의 웅장하고 묘한 분위기에 압도당하지만 그뿐입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분이 베풀어준 친절과 초대받은 식사에서 나눈 대화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죠. 하나의 스토리가 엮어지며 더욱 깊은 맛을 냅니다. 때로는 무모하고 대책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만사가 계획대로 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죠. 저자는 글을 매우 편안하게 써서 저도 두 눈에 힘을 덜고 마음 편하게 읽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론가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많은 계획들을 세우지만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그곳에서 온전히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느냐입니다. 이제부터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자유롭게 느낌이 이끄는 대로 푹 쉬다가 오는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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