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라는 단어를 들으면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불러 주었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 부여를 한다는 뜻이다. 길가에 이름도 없이 피어있는 꽃이지만 이름을 붙인 그 꽃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된 셈이다. 그래서 의미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브랜드를 가진 제품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 내게 의미를 가진 제품이 선택을 받는다. 상품을 고를 때 가성비나 제품 평, 스펙 등 여러 가지를 따지고 구매하겠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면 각자의 욕망이 투과된 의미를 지닌 제품에 마음을 두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각 시대별 관습과 오래 지속된 문화에 따라 우리가 평균적으로 인식하는 바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명확하게 깨달았다. 마사이족은 강인한 체력과 우월한 신체를 가졌지만 항상 물 부족에 시달렸고, 파리가 얼굴에 달라붙는데도 쫓지 않는 건 위생관념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그들에게 파리는 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오른쪽 뺨을 치려면 손등으로 쳐야 해서 부자연스럽다. 근데 손등으로 때리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고 비하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즉, 손등으로 맞지 말고 당당하게 '당신과 동등한 인간'임을 선언하며, 자존을 지키는 일종의 저항이었다.
이 책은 의미를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기억되며 구매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결국 브랜드의 본질은 '의미'에 있고, 브랜딩의 본질은 '차이'에 있다. 그것이 기호로 표시되며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든 기법들은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포지셔닝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복잡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성격은 오랜 스토리텔링과 이미지가 누적된 결과로 인식된다. "의미의 다양성은 공동체가 건강해지기 위한 기본 요건이자, 브랜드를 건강하게 키우는 필수 조건이다."사람들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의미의 확장은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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