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끔찍한 일이다. 제3자 혹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해서도 안 되고 그럴 권리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건 성폭력이나 왕따로 인한 문제의 경우 가해자 측에서 당당하게 합의를 요구하거나 책임을 떠넘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려본다면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문제에 대해 둔감한지도 모르겠다. 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일을 키운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원망하기도 한다.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책을 쓴 김태경 교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문으로 등장해 익히 아는 얼굴이다. 현재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동부스마일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으로 피해자들의 후유증 극복과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임상 수사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책에도 수많은 사건의 사례를 발췌해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피해자들이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이 필요한 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모든 초점은 가해자에게 쏠려 있고 피해자가 겪었을 때 고통이나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미흡했다. 대부분 과열된 취재 열기로 자칫 본질에서 벗어난 보도나 추측성 기사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와 유족들이다.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응대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는 정신과 치료 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시 그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봐주는 단 한 사람의 힘'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을 보면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위로하기, 도움 주기, 이야기 들어주기, 기다리기, 침묵하기, 잘못된 통념에 저항하기 등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스스로 아픔의 늪에서 헤쳐 나와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손을 잡아주는 일부터 시작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피해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때때로 가혹하기만 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사례들을 들을 때마다 제3자가 들어도 답답한 데 당사자는 오죽하겠냐는 생각만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에겐 일상적인 업무겠지만 당사자에겐 일생일대 큰 사건이다. 조사 결과 과정에서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되고 모든 절차들에서 강압이나 강요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건이 벌어지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가 지은 죗값대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에겐 용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피해자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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