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을 다룬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작품으로 현대까지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다.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이아, 디오메데스, 파트로클로스, 아이아스, 헥토르, 파로스, 아이네이아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며 흥미를 자아낸다. 마치 동양의 '삼국지'처럼 인물들마다 캐릭터성이 살아있어 드라마틱한 재미를 준다. 트로이 전쟁은 이미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도 수차례 다룬 소재라서 이야기는 익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두꺼운 분량의 그리스 원전 번역본을 읽기 전 웹툰 형식으로 요즘 시대에 맞게 그린 이 책을 본다면 전체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다.
트로이 전쟁 10년 중 마지막 10일간의 기록이 <일리아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고 그리스와 트로이의 운명이 갈린 전투이기에 몰입도가 클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은 고전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서 웹툰으로 표현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자칫 왜곡되거나 가볍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게만 느껴져 고전을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 세대에겐 처음 읽을 때 웹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기 좋다. 만화에 대한 거부감만 아니라면 빠져들기 좋은 소재가 <일리아스>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편인 <일리아스>에서 이어진 <오디세이아>와 <아이네이아스>를 같이 읽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서양 문화와 역사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 때문에 서양을 이해하려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고전이다.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마 건국 신화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불멸의 고전이 된 것이다. 만화가 문학을 뛰어넘을 수 없겠지만 몇몇 소수에게 읽히는 것보다 쉽고 편하게 다수가 읽는 것이 오히려 좋다. 일단 호기심이 생겨야 만화를 통해 원본을 찾아서 읽을 동력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웹툰 방식으로 그려져서 그림에게 박력이 느껴졌고 어느 부분은 패러디와 귀여운 그림체로 긴장감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서 지루하지 않았다. 고루한 고전미를 덜어내고 현대적인 색깔을 입히니까 이해가 잘 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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