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21살에 이미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거다. 그 뒤로 무려 17년이 지난 1813년에 이 원고를 기초로 <오만과 편견>을 출간한 뒤 대표작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몸 상태가 악화되어 42세가 되던 1817년 7월 18일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출간된 지 지금으로부터 2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전문학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의의는 18~19세기 당시 영국의 인사, 식사, 예절 등 일상적인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문화, 전경까지 시대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시골 마을인 롱본에 다섯 딸을 둔 딸 부잣집 베넷 집안 근처인 네더필드 파크로 많은 재산을 가진 빙리 집안이 이사를 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베넷 씨가 빙리 집안으로 인사를 몰래 간 뒤 무도회 초대를 받은 베넷 집안 딸 중 유독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제인 베넷 양과 엘리자베스(일라이자 리지)가 주목받는다. 연 수입이 4~5천 파운드인 빙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좋을 만큼 사교성이 뛰어난 인물이다. 무도회에 참석한 제인과 두 번이나 춤을 추게 되면서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같은 무도회에 빙리 친구로 온 다아시는 연 수입 1만 파운드로 잘 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오만하고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에게 빠지지 않았지만 다시 마주칠 때는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그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해 짝사랑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베넷 부인도 그렇고 캐럴라인 빙리 양도 험담하기 바쁘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나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소설에서 오가는 대화에 잘 표현되었다. 분명 베넷 집안과 빙리 집안, 다아시 집안 사이엔 신분과 재산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이를 넘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뒤늦은 사랑에 빠진다. 로맨틱 드라마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고 제인 오스틴이 남녀 간의 오묘한 심리를 잘 그려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고전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21살에 이미 뛰어난 인물 묘사와 이야기를 엮어낸 장편소설을 완성했으니 그녀는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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