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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아시스 식당

천국지기 2017. 3.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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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만화 <심야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와 <시만토 식당>의 저자인 사코 후미오가 까다롭게 고르고 고른 밥집 20선과 음식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갔다. 제목처럼 그들 나름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독한 도시에서 음식으로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대화를 나눌 때 음식 이야기만큼 훌륭한 소재도 없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맛집을 하나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거나 추억 속으로 묻혀버린 곳이 많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식당이 드물기도 하지만 낡기도 하였다. 


맛집도 많고 각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한 일본답게 재료의 섬세한 차이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이 흥미롭다. 같은 음식도 제대로 하는 곳에서 먹을 때는 확실히 그 느낌이 남다르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마다 어떤 맛일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역시 만화가가 그린 그림이라서 특징을 잘 잡아 그렸다. 덤으로 <심야식당>에 나오는 그림들이 실려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식에 조예가 깊었다면 가타부타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지만 내가 먹어본 음식이 나올 때는 반가웠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문 식당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 같다. 개발,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낡고 오래된 골목과 건물을 가차없이 철거해버리는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매우 부러운 현실이다. 


단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그 식당에서 사람들 간에 오가는 이야기와 추억거리가 쌓이고 쌓여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를 이어서 하는 곳은 음식을 장인 정신으로 정성껏 만들기 때문에 음식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음식 앞에 앉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고단한 인생살이를 풀고 마음에 위로와 편안함을 얻어가는 식당이 그립다. 그런 곳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이젠 단골로 찾는 곳도 별로 없다. 내게도 오아시스와도 같은 식당이 있었을까? 역시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다. 사람이든 식당이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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