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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천국지기 2015. 1. 1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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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원리를 알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가게로 심부름을 갈 때면 사오라고 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은 뒤 가져오는 과정이 전부였다. 돈이라는 매개체는 자연스레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길들여져 버렸다. 돈이 최고였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할 때조차 어떤 문제의식을 가질 겨를도 없이 시간을 빠르게 흘러갔다. 돈이 없어서 힘들게 하루하루 살았던 경험은 자신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과도한 지출을 막아주는 제어장치였다. 소비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재화를 얻기 위함이다. 적어도 난 이성적으로 소비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점점 경제와 사회는 정상적인 형태로 소비하기엔 변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익명성을 무기로 얼굴이나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오로지 거래만 있을 뿐 그 안에는 끼여들어갈 대화는 없다. 2~30년전만 하더라도 대형마트는 없었고 동네슈퍼가 각 동네마다 있어서 서로 대화를 정겹게 나누면서 물건을 사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때로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슈퍼 주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녀나 가족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했었는데 이제는 대기업의 편의점으로 대체되면서 대화가 사라진 시대가 되었다. 편의성은 강화되었지만 인간성은 약화된 시대가 이제 익숙해져버렸다.


자본주의는 인간들의 삶에 풍족함과 부를 안겨다주었지만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이데올로기다. 돈이라는 권력 앞에서는 그 어떤 인권이나 인간성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 우리들의 삶은 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저자와 비슷한 세대를 자란 내겐 자본주의가 가져온 빛과 그림자가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듯 했다. 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자랐던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친구처럼 지냈는데 이제는 자라는 환경이 다르고 부의 규모에 따라 서로를 나누려고 한다. 200년도 안되는 역사를 가진 자본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으면서 금권사회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소비에 대해서 여러모로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대개 일본 저자가 쓴 책은 늘 그렇듯 주제는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내면서도 중요한 결론에 다다를 때는 명확하게 맺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넘길려는 의도인지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예들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소비라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실 돈과 마음은 모두 중요한데 돈만 중시되는 것이 지금 사회의 문제다. 문제는 마음을 버리고 모두가 익명적 존재로서 돈만을 좇고, 바라고, 선택한다는 데 있다. p.62




소비를 그만두다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출판사
더숲 | 2015-01-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본의 한 행동하는 지식인이 왜곡되고 부조리한 현대 소비사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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