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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동물농장

천국지기 2024. 12.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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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까지 마저 읽은 후 느낌은 인과응보 성격이 짙은 복수극인데도 통쾌하다기보단 결말을 정해두고 급작스럽게 진행한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강태은과 김선우는 마루그룹 회장인 최현백으로부터 서로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겪은 인물이다. 프롤로그는 두 인물의 서사를 각각 보여주면서 현재 어떤 모습을 살아가는지 꽤 흥미롭게 풀어냈다. 하지만 Quest 1을 지나 Quest 2부터 에필로그까지 개연성보단 빠른 전개로 인해 캐릭터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주인공인 강태은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대사부터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일상생활에서 그 캐릭터가 평소에 하지 않을 말을 마치 준비했다는 듯 술술 내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물농장 앱을 만들고 해킹에 능숙한 이도형과 유창수는 동물농장 멤버인데도 주변인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고 오히려 불법 카지노 사장이었던 이관석이 행동대장으로 주도면밀하게 활동한다. 강태은의 어머니와 5년간 필리핀 수용소에 갇혀있다 풀려난 손정희도 강태은이 변신하는데 많은 조력을 주었던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소설에선 그게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 동물농장 멤버는 총 7명으로 강태은, 김선우, 이도형, 유창수, 이도형, 손정희, 이관석, 김경은(강태은의 어머니)이다. 김선우, 이도형, 유창수가 복수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밑 작업을 했고 준비가 되었을 때 강태은을 끌어들여 이관석, 손정희, 김경은이 같이 합세한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마루그룹이 허술하게 당하는 몇몇 부분도 아쉬운 건 복선과 설계가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잘 녹아나지 않으면 독자가 인물들마다 성격을 대입하며 몰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자세한 배경 설명이 필요한 것이고 이도형과 유창수처럼 김선우가 해주는 몇 마디 소개로 퉁쳐 중요 인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머릿속으로 서사가 그려지지 않으니 겉돌게 되고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진부한 클리셰가 그래서 위험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달려들고 보는 강태은이 갑자기 매력적이고 교양 있는 여성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나 치밀하게 준비하며 긴장감 있게 마루그룹을 향한 복수를 그렸다면 좋았을 텐데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이관석이 갑자기 증거수집과 잠입 절도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다니. 추악한 대기업의 민낯과 후련한 복수극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 찜찜함이 남는다.

 

 
동물농장
부와 계급의 그늘을 조명하며,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응원의 눈길로 바라보는 김이은 작가의 신작 『동물농장』이 출간됐다. 『동물농장』은 각종 비리와 불법 사실을 숨기고, 여론을 조작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마루그룹의 창업자 최현백을 처단하기 위해 모인 희생자들이 최씨 일가에 은밀하게 스며들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저자
김이은
출판
고즈넉이엔티
출판일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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