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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임파서블 포트리스



나와 비슷한 세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스타로드가 올드 팝송을 들으면서 어릴 적 추억에 빠져 흥겨워 하듯 우리도 그 당시 물건이나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감성에 빠져들곤 한다. <임파서블 포트리스>를 읽으면 다시 80~9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초반에 나오는 바나 화이트는 워낙 유명해서 AFKN에서 보던 퀴즈 프로그램인 '휠 오브 포춘'이 생각난다. 그리고 <플레이보이>라는 성인 잡지에서는 거의 전설적인 누드 모델이었던 기억이 난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IT 기술의 발달 과정과 내 학창시절의 시기와 함께 맞물려 있어서 워크맨과 IBM PC 데스크탑 컴퓨터, PC 통신, 라디오를 보면 그때 감수성이 되살아난다. 1987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86' 아시안게임이 성화리에 끝나고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이기도 했지만 컴퓨터나 워크맨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 시기는 맞다. 그리고 알프, 클라크, 빌리의 마음을 뒤흔든 <플레이보이>같은 누드잡지의 존재는 전혀 몰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빌리는 컴퓨터 덕후로 친구들과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서로 자존심을 세우며 록키 발보아와 프레디 크루거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두고 타투는 모습이 어릴 적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참 풋풋하고 순수했던 시절이다. 이제 14살이 된 빌리는 어머니가 푸드 월드에서 일하며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며 자유와 해방감을 분출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빌리와 친구들은 <플레이보이>를 손에 넣기 위해 생각으로 모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던 때는 웃돈을 주고 서라도 원하던 것을 샀던 때가 있었다. <플레이보이>에 눈이 멀어 한 사내의 달콤한 유혹에 덜컥 40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하지만 뒤늦게 사기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집념이 생기는 법이다. 연이은 실패에 우연히 젤린스키 아저씨의 딸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빌리와 친구들은 러트거스 대회의 우승 상금으로 IBM PS/2 컴퓨터를 준다는 소식을 듣고는 게임 만들기에 열중하게 된다. 

<플레이보이>를 갖고 싶은 열망의 여정이 빌리로 하여금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며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인도한 부분이 흥미롭다. 동네 오락실에서 시작해서 컴퓨터 게임으로 발전했고 흥미를 느껴 지금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남자 아이들이라면 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에 아련한 웃음을 짓게 되고 소설에서 그 당시를 재현한 듯한 내용을 보니 요즘 불고 있는 코딩 학습과 연결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책 뒤에 보면 저자가 직접 만들었다는 16비트 게임은 홈페이지 jasonrekulak.com/game/에 들어가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 처음 해봤는데도 방향키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라서 금새 익숙하게 즐길 수 있었고 첫 게임에 14,003점을 기록했다. 재미있게 책을 읽어도 좋지만 가볍게 게임을 즐기면 마치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컴퓨터의 발전을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될 수 있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