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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는 대표작인 <검은 집>, <말벌>, <악의 교전>, <자물쇠가 잠긴 방> 등 주로 공포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유리 망치>이라는 작품에서도 아오토 변호사와 에노모토 방범 컨설턴트 콤비를 등장시켜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 <미스터리 클락>에 이 두 콤비가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완만한 자살', '거울나라의 살인', '미스터리 클락',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 등 서로 다른 이야기의 중·단편에서 사건 해결에 맹활약한다. 시리즈 사상 최고난이도의 추리극이라는 점에서 밀실에서 벌어진 트릭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치밀하다 못해 작가의 구성력에 감탄하게 된다. 공통점이라면 범인을 뒤늦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 시각에 밝혀지고 그가 사용한 트릭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만한 자살'은 단편 임에도 몰입감이 좋았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인 관동지역 협기회 누시파 사무실은 반대파 습격에 대비해서 창문을 작게 하고 벽을 두껍게 하는 등 안에서 밖으로 탈출할 수 없도록 요새화한 아파트다. 누시파의 사무실의 문은 원 도어 6로크 시스템으로 열쇠없이 뚫기에 굉장히 어렵게 되었다. 오카자키와 미쓰오가 같은 방에서 죽음을 당했는데 자살인지 혹은 타살인지 우연히 문을 열기 위해 갔다가 케이는 사건까지 해결해내는데 날카로운 추리가 돋보였다. 밀실같은 구조라 범인이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트릭을 발견해내고 현장에서 그가 사용한 수법을 파헤쳐 나간다. 

'거울나라의 살인'은 너무 전문적으로 다뤄져서인지 트릭을 알아내고 밝혀나가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졌다. 미술관 관장이 자신이 사무실에서 살해당했는데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누가 영상에 찍히지 않고 침입해서 범행을 했는지가 관건이었다. 트릭아트의 마술을 이용해서 CCTV에 노출되지 않도록 편광렌즈와 편광필름으로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이 사라지도록 조작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오토와 에노모토의 케미가 돋보였고 사건 현장인 신세기 아트뮤지엄의 내부 구조를 도형으로 보여줘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래도 구조를 머릿 속에 그리기 어려웠다. 대머리 황새라는 별명을 가진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아오토와 에노모토가 트릭을 풀도록 협조를 했다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스터리 클락'은 조금 더 치밀하게 시계의 초점을 조작해서 레이코를 살인한 범인과 에노모토 케이가 두뇌싸움을 펼치는 작품이다. 초반에 미스터리 작가들이 나누는 얘기에 작가가 감정이입을 한 듯 쓴 부분도 재미있었지만 몇시몇분 간격으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밝혀나가는 과정이 독자로 하여금 숨막히게 한다. 짧은 시간동안 범행을 할 수 있는 비결을 케이가 설명하는 동안 앞전에 읽은 내용이 모두 의미있게 다가왔고 결국 풀 수 없는 사건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맛에 독자는 쾌감을 느끼는 듯 싶다.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은 살인을 저지르고 죽임을 당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인데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대머리황새와 준코, 케이가 등장하여 배 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음모를 밝혀낸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매우 치밀하게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독자들을 현장으로 초대해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미스터리 클락>은 중·단편으로 이뤄졌지만 충분히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다음 작품 역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