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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시대적 사명은 무명씨들을 부당한 현실과 맞서 싸우는 투사로 이름을 남기게 했다. 격동의 시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는 성별, 나이, 신분, 직업과는 무관하게 옳다고 여기는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다른 역사 책에선 언급되지 않은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마주하며 분연히 일어선 용기와 깨어있음에 놀라곤 한다. 분명 이들은 역사의 현장에 있었고,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투철했던 분들이다.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초라는 무게감은 남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때 앞장서서 나아간 이들이기에 남다르게 다가온다. '시기 상조'라는 반대에 맞서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된 이태영의 이야기는 그래서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

세상은 기득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쥔 채로 쥐락펴락하기 때문에 일개 노동자가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 싸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들어줄 것 갖지 않은 암담한 현실은 길 위에 전사로 비취게 바꿔놓았다. 읽으면서 각 인물들의 삶과 사연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민초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는 뿌리째 뽑히는 약한 존재지만 함께 연대하여 뭉치면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뿌리내린다는 사실을 이젠 안다. 누가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생고생을 하겠는가?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고, 인간적인 대우와 공평한 처우를 받았다면 불행한 일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빠르게 모든 것이 변해가는 세상에서 차별은 사라지고 공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모르던 인물을 알게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에 수록된 25명 외에도 어디선가 이름 없이 소명을 다하고 삶을 마감한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옛 선조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빚인 셈이다. 가부장제가 남아있던 일제강점기에 여성들은 오히려 더 강인하게 최고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면 명예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겠다는 정신이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었다. 근현대사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숭고한 뜻을 기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주변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