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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바다와 강, 하천을 잇는 다리의 역할은 사람과 물자를 오가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 건축물이다. 다리가 없다면 고립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제약이 많아진다. 책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일반적인 다리의 기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역사, 문화, 예술, 종교에 걸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풍부하게 쏟아낸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고대 사람들은 다리가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클리프턴 현수교, 금문교, 난징 장강대교, 혼지 레인 다리, 선샤인 스카이웨이, 한강대교처럼 투신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다리는 생사가 오가는 엇갈림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 책에 관한 해설'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쓴 부분을 읽어보면 박학다식한 저자가 전 세계에 걸쳐 풍부한 사유로 '인류 문명과 다리의 상관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며 문학 텍스트로 다리의 내력을 파헤치는 부분을 인상 깊게 적었다. 유럽 언어 및 다문화 연구 교수로 그의 전공을 살려 다리와 관련된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다리는 두 공간의 경계 그 자체에 있으며 다리를 파괴하려 했던 역사의 현장도 빼놓지 않는다. 시인과 문학가들은 비유와 은유를 섞어 표현하기를 즐겨 했는데 다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미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다리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다소 벅찬 느낌도 든다.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는 신비롭고도 공포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준다. 어디론가로 연결되어 수많은 사람들과 가축들, 차들이 지나갔을 자리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사건들이 있다. 결국 모든 것들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일들이다. 그 층위에 상상력을 더하고 상징성을 가진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다리는 인류 문명을 상징이자 정체성이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놓인 다리마다 역사적 의미와 숱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를 문학적 은유와 만나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책이다. 간혹 읽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지만 감탄하게 만드는 방대한 지식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알면 알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지는 것처럼 다리에 얽힌 인문학적 접근은 좋은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