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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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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는 '동로마 제국의 황제'인 알렉시오스 1세 콤니노스의 딸인 황녀 안나 콤니니가 아버지의 통치를 기록하기 위해 쓴 15권 분량의 역사서다. 1083년에 태어난 그녀는 그리스어, 기하학, 음악, 천문학, 산술학, 역사, 지리, 그리스 철학 등을 배우는 등 굉장히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이 책이 쓰인 배경은 자신의 남동생인 요안니스 2세 콤니노스를 폐위시키고 찬탈하려 했으나 안나의 남편이 협조하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간다. 이후 안나는 수도원으로 추방당했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쓴 책이 바로 <알렉시아드>인데 서구 최초의 여성 역사가이자 중세 시대 동로마와 십자군 전쟁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집필할 때 되도록 역사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만을 쓰기 위해 황제로서 알렉시오스의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두둔하지 않고 치우침 없이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책 곳곳에서 이를 언급하곤 하는데 황녀로서 아버지의 업적을 기록할 때 무엇보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15권의 방대한 이야기를 이 한 권에 담느라 활자 크기를 작게 했음에도 읽어나갈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지금껏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동로마사에서도 비중있게 언급된 적이 없는 알렉시오스에 대한 역사였지만 중세 시대의 동로마의 인물과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게다가 사실적인 묘사로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 책을 쓰는 안나의 생각과 시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꽤나 긴 분량의 작가의 말 도입부에서 이런 문구가 나오는데 12세기에 쓰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되었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이 시간의 흐름에 맞서는 거대한 방파제이다. 이 저항할 수 없는 파도를 가로막으려 하면서, 수면에 떠다니는 것은 무엇이든 단단히 움켜쥐고 망각의 구렁텅이 속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안나 콤니니가 쓴 <알렉시아드> 덕분에 알렉시오스의 업적이 재조명 받는 것 같다. 셀주크 튀르크와 노르만에 맞서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동로마 제국의 쇠퇴를 억제하고 군사, 재정, 영토 회복을 시작했는데 위험한 위기를 극복하고 동로마 제국을 안정시켜 제국의 번영과 성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알렉시아드>는 시간을 내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으로 중세의 일대기를 황녀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당시 상황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