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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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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부터 살았던 인류가 머문 땅엔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쓰레기는 곧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는 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염병을 예방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반드시 잘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중세 시대 흑사병이 창궐한 것도 오물이나 동물 사체를 호수와 하천에 마구 버리는 등 위생에 신경 쓰지 않은 결과로 인해 전염병이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다. 도시 내에서 가축을 기르는 일은 흔했고 말과 소를 운송 수단으로 썼기 때문에 수백 톤의 배설물 처리 문제는 심각했다. 이를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 소비 시대로 나눠 살펴보면 산업 시대 이전엔 쓰레기 발생량이 적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일반적이었다면, 이후부터 양을 크게 증가시켜 자원 재활용이 글로벌화되고 있다. 워낙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고 미세 플라스틱처럼 분해되지 않은 쓰레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부각되었다.

로마처럼 오래된 도시는 쓰레기 더미 위에 새로 집을 짓고 도로를 깔다 보니 지하를 파고 들어가면 연대별로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쓰레기의 역사는 대략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천 년 사이로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 집단 거주를 한 지역엔 반드시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버려질 뿐인 쓰레기를 독일 역사가인 저자는 "쓰레기 발생의 역사와 자본주의 경제와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밝히는 책"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매우 흥미롭게 핵심만을 콕콕 짚어내어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024 독일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고 FAZ, SZ, NZZ 등 독일 유수 언론으로부터 강력 추천을 받은 책이다. 진정한 양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상생활에서 늘 발생되는 쓰레기를 인류는 어떻게 활용하고 처리했는지에 대해 시대별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밀집된 도시에선 청결 유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이런 책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산업 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대량 소비 시대가 되면서 쓰레기 섬과 쓰레기 산이 생길 정도로 넘쳐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했다.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욱 심각한 건 분해되지 않은 쓰레기인 플라스틱이 식문화를 크게 바꿔놓았지만 쓰레기 대란과 해양 오염, 미세 플라스틱 등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 어디선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어느 빈곤 국가에선 재활용하기 위해 수집하는 등 쓰레기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한 기술 발전과 연구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쓰레기라는 주제만으로 인류사에 대해 생각할 여러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쓰레기의 세계사
죽은 쓰레기가 살아 있는 존재들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를 달리하며 우리를 위협한다. 72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고, 전 세계 3분의 2의 산호가 하얗게 변했다. 바다의 어종이 바뀌고, 농산물의 재배지가 바뀌었다. 겨울은 한 달 짧아지고 여름은 한 달 길어졌다. 폭우와 폭염뿐이던 유난했던 여름이 지나고, 우리는 더 길어지고 더 뜨거워질 내년 여름을 상상한다. 익숙했던 사계절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 여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의 실마리가 되어줄 ‘쓰레기 책’이 있다. 우리가 밀어낸 것들이 우리를 압도할 때 기후 위기의 시대에 다음 역사를 쓰는 법 인간의 역사는 쓰레기의 역사와 같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있었다. 네안데르탈인도 쓸모없는 물건을 버렸고, 고대 로마도 19세기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하려 고군분투했다. 쓰레기는 현대의 도시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도시들은 저마다 수거 체계와 수도망 같은 처리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쓰레기로 새로운 지형을 창조한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를 쌓아 올려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입지도 않고 버린 옷으로 우주에서도 관찰되는 알록달록한 ‘쓰레기 해변’을 만들고, 바다에 내버린 플라스틱으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든다. 쓰레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버리고, 묻고, 태우고, 화학 처리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도 쓰레기는 왜 사라지지 않고 ‘증식’하는가? 쓰레기를 모르고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인 저자 로만 쾨스터는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된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쓰고 버린 부작용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선사 시대부터 전자 폐기물의 현대까지, 인류 문명의 거울로서 쓰레기 고고학부터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를 밀어내는 쓰레기 식민지의 현대까지를 살피는 이 책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포괄적이고 철저한 연구로 쓰인 ‘인류의 더러운 역사’이다.
저자
로만 쾨스터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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