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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힐링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이 책은 소설가 박범신이 트위터에 남긴 글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사진과 어울리는 글들을 버무려서 내놓은 책이다. 감수성 높은 글과 충분한 여백을 준 편집 덕분에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 적절한 책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어떤 단어나 말이든 반복어로 재사용되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원래 가지고 있는 단어의 가치가 혼합되어 퇴색되기 쉬운 까닭과 사회적인 트렌드에 편승해서 본래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왜곡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년부터 자주 쓰이는 힐링을 책 제목으로 들고나온 이 책은 무엇이 다를까? 박범신이라는 작가의 명성과 이름값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예쁘장하게 포장된 편집에 매료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소설가가 트위터에 남긴 글들이 가진 무게와 깊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대개 트위터는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많은 글을 남길 수가 없다. 글자수 140자 안에 자신의 생각을 함축시켜서 표현하는 공간이 바로 트위터다.


함축된 표현이라서 문장은 핵심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어설픈 위로 따위로 토닥이지 않는다. 그의 품성이 묻어나듯 사람 냄새가 나며 우선 글엔 사람을 향한 따뜻함이 베어있다. 은교라는 소설을 통해 그가 기본적으로 가진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섬세한 필치가 이 책에서도 그대로 전이된 듯 하다. 또한 이 책의 묘미이자 하나의 장치가 있는데 책에는 중간중간 접힌 부분이 있다. 왼편에 글이 있고 접힌 부분을 펼치면 사진과 함께 글이 실려 있어서 서로의 의미를 연결시켜 준다. 연결된 내용에 무릎을 치게 되고 본래의 삶을 깨우치게 한다. 글을 읽다보면 짧지만 참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젊은 땐 가진 게 없어.

늘그막엔 나이가 무거워 망설였다네.

이러다가 날은 저물고,

그땐 느끼겠지.

생이란 순간순간 쌓여 이루어진다는 것.

뭐든지 늦게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문제야.


마치 삶을 통찰하는 듯한 절묘한 문구다. 하나의 시처럼 가슴으로 깨우치게 만든다. "뭐든지 늦게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문제야." 이 문장만 보더라도 느껴지는 것들이 참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시간이라는 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인데 그 순간에는 잘 알아채지 못하고 머뭇거려야 했던 타이밍을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아채는 경우가 많았는데 꼭 내 얘기를 하는 듯 싶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서 맘만 먹으면 몇 시간 내에 다 읽을만한 양이다. 하지만 그 몇 시간 동안 내게 환한 빛을 비춰주듯 이제야 비로서 마음에 멍든 상처를 치유받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힐링이 아닌 다른 제목을 넣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아도 역시 박범신이구나라는 걸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힐링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4-02-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소통과 희망, 사랑과 열정을 담은 박범신의 행복어 사전!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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