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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우리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 노동의 댓가로 재화를 얻기 때문이다. 과거의 노동은 지주의 지배 하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하루에 15시간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했다. 불과 100년전까지만해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아주 어린 아이도 예외일 수 없었다. 노동은 시대에 따라서 그 의미가 각각 다르게 표현되는 듯 싶다. 이렇게 근대적인 노동환경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만 해도 50년도 안되었다. 물론 선진국과 비교해서 주당 노동시간이 제일 길다. 노동의 강도가 높지만 비효율적이며, 급여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권력을 대시하여 자본이 잠식한 후로도 사람을 비인간화시켰는데 돈만 있으면 비합법적이거나 강압적인 진압도 힙리화시킨다.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그늘은 노동시장에도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게 바로 우리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노동을 정의하기를 소위 '나쁜 노동'과 '좋은 노동'으로 나뉜다고 한다. 현재 노동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관찰하는 것이 곧 노동 찾기의 시작이라고 저자인 토마스 바셰크는 주장한다. 난 노동에 중독되지도 않고, 꼭 필요한만큼만 일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시간대비 노동의 강도는 높은 것 같다. 회사에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보면 좋은 노동이라기 보다는 나쁜 노동에 길들여져 있었나보다. 하긴 지난 기억을 떠올려봐도 몇 달 내내 야근 아니면 회식이 반복되었고, 집에 일찍 들어간 기억은 없었다. 안되는 실력을 시간이라는 양으로 밀어부친 것이다. 그리고 회식은 강요에 의한 회식으로 하룻동안의 피로를 푸는 자리가 아니라 일의 연장선상이 되어 잔소리를 주구장창 듣거나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듣는 자리로 바뀌어버린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노동이란 노동을 함으로써 인간에게 실현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노동을 함으로써 더욱 좋은 삶을 누리게 하고 자신을 존중하게 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조건 저자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각자가 정의하는 부분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없이 좋은 삶을 누릴 수 없다. 아무리 부유하게 살아도 무언가를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주변 환경을 더욱 좋게 만들 의무가 있다. 우리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억지로 하는 노동이 아닌 이왕 하는 노동이라면 좋은 노동이 되어야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지 책에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가치관 및 감정과 일치하고 따라서 진정성있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

2.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들을 제공한다.

3. 우리가 인정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재정적인 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4.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이유들을 제공한다. 따라서 사회적 결속을 강화한다.

5. 지속적으로 너무 많은 요구를 하거나 너무 적은 요구를 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게 도전할 과제를 주어 때때로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의 활동에 완전히 빠져든다.

6.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 휴식시간, 여가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줄곧 일만 계속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노동이 아니다.

7. 습관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의 삶에 믿을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


몇 년간 고민해온 문제는 삶과 노동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이다. 좋은 회사에서는 충분히 자신만의 여가시간을 갖을 수 있게 해주는 복리후생 제도가 있지만 그 외 열악한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한 채 최소한의 것만 지키지길 바라며 야근을 반복해낸다. 일을 함으로써 행복하고, 자기실현을 이뤄야 하는데 우린 마냥 힘들기만 하다. 저자가 제시한 좋은 노동에 공감하면서도 노동의 기준이 자본주의가의 논리에 따라 바뀌는 도구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일해왔거나 노동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저자
토마스 바셰크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4-08-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에게는 더 적은 노동이 아니라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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