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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년전 <구해줘>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였다. 그 이후로 줄곧 꾸준히 내는 소설마다 그 특유의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인해 이제는 매년 그의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기욤 뮈소하면 로맨스 소설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에 읽게 된 <브루클린의 소녀>는 다시 기욤 뮈소에게 반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빨리 읽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갖춘데다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내용은 '한 번 붙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책이었다. 여러 권의 책을 낸 현직 작가이자 아들 테오를 둔 라파엘은 어느 날 병원에서 매혹적인 안나 베커를 만나게 되고 이제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더 없이 완벽했던 펜션에서의 저녁시간. 3주일이면 결혼하게 될 사이지만 전 아내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조심스러워진 라파엘은 안나 베커의 진실을 다 알아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안나 베커는 시체 3구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저지른 짓이야"라고 말한다. 이에 혼란스러워진 라파엘은 안나를 펜션에 남겨두고 차를 몰고 갔다가 다시 왔을 때는 이미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의 이웃사촌인 마르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안나 베커의 행적을 따라 수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작가의 상상력과 직감, 오랜 형사 생활을 하면서 쌓은 추리력과 경험은 서서히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라파엘과 마르크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와 자료를 찾아내면 낼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전혀 다른 상황과 알게 된다.



처음에는 안나 베커가 본명인 줄 알았지만 그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생트 세실 고등학교의 교장 클로틸트 블롱델의 조카였다. 실제 안나 베커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위조된 신분으로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폴린 파제스라는 가명을 사용했지만 진짜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이었고, 그녀의 노트북을 통해 위치추적시스템을 가동하여 어느 공장에서 그녀가 납치된 동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클레어 칼라일 사건을 비중있게 다룬다. 하인츠 키퍼에 의해 납치되었고 거기서 불에 탄 세 구의 시체가 나왔으며, 클레어 칼라일은 탈출에 성공해 전에 살던 집에 전화하는 것까지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과연 누가 안나를 납치했으며, 노란색 스포츠 가방에 든 40만 유로와 여자공범은 누구였냐는 것이다.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지만 그럴수록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이 흡입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씨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날짜와 시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시라크 대통령 선거일과 클레어 칼라일 사건을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 세력은 누구인지 궁금증 투성이다. 납치된 안나 베커를 구조할 수 있을 것인지. 라파엘과 재회해서 모든 오해를 풀고 결혼하게 될 것인지 등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재미나게 읽어본 것은 오랜만이다. 취향 불문하고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