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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작품 하나마다 감동적이고 따뜻하게 전개되는데다 읽기를 마친 후에는 깊은 여운이 잔잔하게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책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순수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며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부분들을 과장되지 않게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워낙 번역도 잘 되고 읽기 편한 책이라서 수월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는데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게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책이었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비슷한 부분도 보이고 그들의 독특한 풍습이 작품에 잘 묻어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첫 작품인 '성인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네 살이 된 스즈네가 재롱 부리는 모습을 홈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눈기 어린 채 보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인식을 맞이하지 못하고 15살이라는 앳된 나이에 등굣길 트럭부터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난 스즈네를 그리워하며 5년 간 말없이 지낸 부부가 어느 날 배달 된 카탈로그를 받고 굳은 결심으로 스즈네를 위해 1월 11일 성인식에 참가하기 위해 염색도 하고 단장한 채 기모노를 차려입은 부부를 담은 소설이다. 한창 예쁠 나이에 딸 바보인 아빠와 엄마를 쏙 빼닮은 스즈네.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이들 가족에게 닥친 비극. 그리고 그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극복해나가는 모습들이 마치 드라마를 보듯 과하지 않게 그들의 내면을 비춰준다. 


작가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크게 휘둘리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리 상태를 멀찍이 떨어져서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법처럼 웃게 만든다는 스즈네의 '일 더하기 일은?'을 외칠 때 '삼'이라고 속으로 대답하던 아빠. 자식을 잃은 채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그때는 그것이 마냥 행복한 줄 모르고 살아왔지만 지나오면 자꾸 생각나고. 잊지 못해 사진 찍히는 것조차 싫어하던 딸 아이를 비디오 카메라로 찍고 남겼던 것이 그렇게 소중했던 것이다. 나 역시 16년간 같이 살아온 애완견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위로가 되는 소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읽다보면 문득 지금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