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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4월이 되면 그녀는



첫 사랑으로부터 9년 만에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 <4월이 되면 그녀는>은 볼리비아 우유니라는 도시의 소금호텔에서 수채화를 그리는 아르헨티나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어느날 문득 같은 대학교 사진 동아리 선배였던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쓰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제목마다 숫자를 붙였고 그 일년 동안 주인공인 후지시로와 관계된 주변인물들의 사랑과 그들의 마음에서 일렁이는 감정의 변화를 잘 그려내었다. 다시 9년 전 처음 하루를 만났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후지시로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 야요이와 성에 대해 자유분방한 그녀의 여동생 준, 수의사가 된 후지시로의 동료의사 나나가 등장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 내가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은 일방적이고 맹목적이었다. 너무나도 순진했고 그 감정을 제어할 줄도 몰랐다. 그저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고 계속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것이 다였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설레였고 몸 전체에 알 수 없는 기운의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려면 서로의 감정에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면서 연애를 통해 조금씩 상대방을 알아가게 되고 그(그녀)를 위해 배려를 할 줄 알게 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에게 소홀하게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금새 식어버린다. 사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아마 결혼 직전에 파혼을 한 야요이처럼 어느 순간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에 대한 감정이 사라졌을 때 결혼을 하면 사랑이 회복될 수 있을지,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그 감정이 전해오는 듯 싶다.


매달 전달받은 이요다 하루의 편지 속 내용에서 그녀가 바라던 사랑의 모습과 추억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4월이 되면 그녀는>은 사랑에 부적격한 후지시로로 투영되어 진실된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과정들에 가슴이 벅차 오르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의 전작이 영화화된 것처럼 이번 신작도 곧 영화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