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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몇 개월간 가뭄이 계속되어 저수지 바닥이 갈라질 때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멜버른에 일어났다. 이상기후에 따른 백 년 만의 열대야로 가축들은 쓰러져가고 마을을 점점 황폐해져만 간다. 검은 파리들이 들끓는 키와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가족이 살해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직 아기만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누가 이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것일까? 아내 캐런과 그의 아들인 빌리는 집 안에서 총에 맞아 죽고, 남편인 루크는 작은 주차장에서 자살한 듯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상태로 목숨을 끊는데 이 정황만 보면 루크가 아내와 아들을 총으로 쏘고 자신은 작은 주차장에서 자살을 선택한 듯 보이는 사건으로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루크의 친구인 애런 포크는 멜버른에서 경찰로 복무중인데 장례식 참석 차 고향으로 오게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그가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와 어울리는 여자친구의 주머니에서 '포크'라는 이름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는데 뚜렷한 증거나 진범을 잡지 못한 사건인데 이에 괴로워하던 가족들은 도망치듯 멜버른으로 떠난 것이었다. 


소설에서 복선을 깔아두었는데 아마 어린 시절과 연계된 부분인 듯 싶다. 그의 친구는 루크는 포크가 의심을 받지 않도록 자신과 농장에서 토끼 사냥을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전해준다. 엘리의 죽음과 루크 일가족의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연결고리인 포크. 두 사건의 공통점은 마을에서 일어났고 진범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용의선상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 올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고 포크는 그 의문점을 풀기 위해 마을에서 탐문수사를 진행하고 아랫 마을에 살던 제이미가 거짓 진술을 한 것을 밝혀낸다. 이제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이야기는 혼돈 속으로 몰고 간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복선을 매우 잘 활용한 정통 스릴러 소설이다. 소설은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그동안 의문을 품었던 부분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게 되고 독자들로 하여금 실날줄처럼 연결된 퍼즐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는 걸 확인하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소설로 이를 섬세한 문체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이유를 알 것 같다. 제인 하퍼의 첫 장편소설이면서 대표작인 이 작품은 죽음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불러온 비극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