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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이른 아침, 빠르게 걷는 사람들로 분주한 출근길. 이미 만석으로 가득차 버린 버스, 지하철에 몸을 구기며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 회사로 출근하는 길부터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9 to 6 혹은 야근이나 회식이 걸린 날은 더 늦게 퇴근해야 한다. 어제 많은 일들을 처리했음에도 오늘 다시 그만큼의 일이 쌓여 빠르게 처리해야만 한다. 여러 개의 일이 겹치고 스트레스가 쌓인 채 또 몇 주가 흐른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바쁘게 보내야 하는 일이 일상이다. 직장인 뿐만 아니라 입시생, 수험생, 주부도 모두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직장인들은 휴가기간도 느긋하게 보내지도 못하고 짧은 기간에 많이 즐길려다 보니 복귀 후엔 휴가 후유증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퇴근길에 빌딩을 올라다보면 아직 불빛이 환한 곳을 보게 된다. 그러면 누군가 퇴근하지 못한 채 늦게까지 일하고 있구나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회사생활이라는 건 힘든 순간의 반복이구나.

올해 초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교육 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던 한 웹디자이너가 장시간 근로로 인해 과로 자살을 한 것이다. 네 사람이 해야 할 몫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었고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직종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남의 일로 들리지 않았다. 게임 회사에서는 크런치 모드라고 출시일이 다가오면 개발자, 디자이너 할 것 없이 밤샘작업을 몇 주동안 진행한다고 한다. 한 때 회사를 다니면서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다. 일상이 무기력했고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은연중에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은 곧 성실하고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 빈곤에 허덕이는 한국을 보고 있으면 나쁜 바쁨이 삶을 가속화시켜 심신을 망가트릴 것만 같다. 왜 우리들의 일상에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사라진 걸까?

무한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대신 잠을 줄여 나간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보상을 받을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저물 때면 집으로 돌아가 쉬던 농경 사회는 흘리는 땀에 정직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여유가 있고 시간은 넉넉하다. 반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매시매분매초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일과 일정에 대한 강박관념은 하루를 숨막히게 만들고 어느새 자발적 노예가 되어 기계적인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 환경과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는 아르바이트 현장, 도서관에서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인 멕시코 다음으로 근무시간이 많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 투자 대신에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는 그런 인생을 나는 꿈꾼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은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