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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공황장애와 전환장애를 겪은 후 6년간의 기록이다. 공황장애가 오면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고 한다. 자신을 도마 위에 산 채로 썰어지는 횟감으로 비유한 것도 이해되었다. 무서운 증상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발작은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내 멋대로 움직이는 몸에 자신을 맡기는건지 분간이 안 간다.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고 언제 나을 지 모르는 공황장애 속에 살면서도 작가의 꿈을 품고 이겨내기 위해 쓴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는 그녀의 솔직한 기록이 담긴 책이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일이 아니라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감 능력도 없기 때문에 근거없는 말로 어줍잖게 위로하려 든다. 일을 바쁘게 하면 공황장애에 걸릴 틈이 없다는 사람들. 도시 생활자들의 마음이 공허한 이유다. 자신을 채우느라 바쁘기 때문에 타인을 생각할 겨를도 없고 관심 밖의 문제일 뿐이다. 위로 받기 위해 말을 꺼낸 건 아니지만 대화의 끝은 상처 투성이다. 내가 무엇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을 꿈, 사랑,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약간의 돈, 그리고 존재의 증명. 그 사이사이 마음을 다독이며 지켜내는 일이라고 불안이 도사리는 현실 속에도 삶을 놓지 않았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 출근 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서 있는 내 모습을 지금 생각해보면 안쓰럽고 잘 견뎌냈다는 생각이 든다. 공황장애를 앓았지만 용기는 잃지 않은 저자는 책 곳곳에 감정의 진열장처럼 놓인 그림으로 대신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한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속으로는 치열하게 살아냈던거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려운 일로 고통받고 있지만 우아한 맹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삶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삶이 계획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상하고 대비할 수도 없는 일들이 사는 동안 툭툭 튀어나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해보는 것과, 희망을 품어보는 것과, 나 자신을 믿는 일 뿐이다."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