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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소로와 함께한 산책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간 여섯 번의 여정

 

2년 2개월간 윌든 호수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경험을 담아 펴낸 <월든>은 19세기에 쓰였지만 현재까지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심지어는 <월든>을 읽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고자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현재 우린 고도로 발전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택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 역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잠시 머물렀던 월든 호수를 방문하여 그의 발자취를 따라 산책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문득 인생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모를 때는 대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는 게 낫다. 어차피 인생이 불공평한 것이라면 어떤 이념도, 어떤 편견도, 어떤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자연이 열어둔 길을 산책하며 본질과 가까워지는 건 어떨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도망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은 그보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춰두고 자연에서 발견하는 놀라운 일들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월든>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나이가 드니 자연이 좋고 깨닫는 게 많아져서 글귀마다 마음에 와닿아서 그런가 보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간혹 잊고 살 때마다 <월든>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전하는 말은 큰 울림으로 전해온다. 애써 고민하고 열렬히 소망하던 일들이 무너져내릴 때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결국 헛된 일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그 먼 곳까지 자신의 걱정과 평범한 희망을 가져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원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사람도. 헨리는 <산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은 숲속으로 2킬로미터나 걸어 들어갔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을 때 나는 놀라움을 느낀다. 오후의 산책에서 나는 오전의 모든 일과 사회에 대한 의무를 기꺼이 잊으려 한다.'"


이 책은 충분히 우리에게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다. 5박 6일 윌든 호수 근처 숙소에 머물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가 있든 곳을 따라 걷는 여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윌든 호수에 갔다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 모른다. 정여울 작가처럼 흔적에 남아있는 오두막뿐만 아니라 호수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잡다한 소음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에서 오직 자연의 동식물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에 발맞춰 아침을 맞이하고 기나긴 밤을 보내는 단순한 삶. 무엇이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며 진정한 삶을 깨닫게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 시대일수록 마음 깊이 갈급한 심정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