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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매우 유익하게 읽은 책이었다. 해부학자의 관점에서 올림픽 종목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신체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올림픽 종목은 2024 하계 올림픽 32개와 2026 동계 올림픽 8개를 합쳐 총 40개라고 한다. 그중 28개 종목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를 관람하며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다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를 위험을 가지고 뛴다. 부상 정도에 따라 재활치료를 마치는데 수개월에서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부상 부위가 심하면 은퇴를 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정 종목을 뛰는 선수들의 부상 집중 부위를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영광의 상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사자에겐 그 부상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거나 몸을 부대끼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복싱, 레슬링, 유도와 구기종목인 축구, 럭비, 농구, 배구를 보면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부위를 지속적으로 가격을 당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그만큼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부학으로 신체 부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니 우리의 몸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부르는 명칭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올 컬러라 책에 대한 몰입도도 뛰어났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 있게 읽어볼 만한 부분도 많았다.

이제 곧 올해 파리올림픽이 여름에 개최된다. 지구촌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되는 올림픽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이 책에서 해부학으로 본 스포츠를 이해하고 시청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각 종목별 스포츠 규칙은 물론 어떤 신체 부위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줘서 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글 자체도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어디를 펼쳐서 읽든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스포츠와 해부학을 결합하여 교양도 쌓고 인체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피 땀 어린 눈물과 노력의 결실이 맺어 보답받게 되었으면 하고 무엇보다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올림픽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승패의 결과와 메달의 색깔에 모아진다면, 해부학자는 선수들의 몸에 주목한다. 알리의 주먹(1964년 올림픽), 코마네치의 발목(1976년 올림픽), 조던의 무릎(1992년 올림픽), 펠프스의 허파(2008년 올림픽), 볼트의 허벅지근육(2008년~2016년 올림픽), 태극궁사들의 입술(1984년~2020년 올림픽) 등 올림픽 영웅들의 뼈와 살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해부학적 코드가 숨어있다. 저자는 하계 올림픽 중에서 28개 종목을 선별하여 스포츠에 담긴 인체의 속성을 해부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복싱편에서는 복서에게 치명적인 뇌세포손상증을 가져다주는 펀치 드렁크 신드롬이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국제복싱협회가 헤드기어 착용을 폐지한 연유를 파헤친다. 유도편에서는 200가지가 넘는 기술 중에서 외십자조르기가 목동맥삼각에 위해를 끼쳐 산소부족 상태를 초래해 뇌 손상에 이르는 과정을 규명한다. 육상편에서는 우리 몸의 근육조직을 이루는 속근과 지근이 단거리와 장거리 경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및 마라톤선수의 스포츠심장과 발바닥 구조에 담긴 함의를 해부한다. 축구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회전(스핀)킥과 무회전킥에 얽힌 종아리근육의 구조를 해부도를 통해 풀어낸 대목에서는 우리 몸 곳곳을 다층적으로 탐사하는 해부학의 유니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스포츠를 의학의 카테고리에 가두지 않고 해당 종목의 역사적 연원과 과학기술 및 사회적 함의를 살피는 데도 지면을 아끼지 않는다. 수영선수의 전신수영복이 빚은 기술도핑, 사이클에서 불거진 스테로이드 오남용, 복싱과 사격 및 탁구에 담긴 정치외교적 속내, 자본의 논리에 함몰된 비인기종목에 숨겨진 가치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관점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향연은 그 자체가 다양성의 미학을 펼치는 올림픽과 닮았다.
저자
이재호
출판
어바웃어북
출판일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