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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 : 말맛은 살리고 표현은 섬세해지는 우리말 수업

 

말은 한 번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글은 수정이나 정정할 수 있지만 한 번 나간 말은 그럴 수가 없다. 우린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선입견을 갖는다. 계속 반복해서 틀린 단어를 쓰거나 욕을 섞어서 말하면 못 배웠거나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틀리게 쓰듯 경우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과 글은 문해력과 어휘력이 결정짓는다. 교양 있고 지적인 사람들은 말과 글에서 그대로 묻어 나온다. 한국어를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그 갈래와 용법에 따라 형용사, 동사, 부사로 표현하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지 감탄하게 된다.

모호한 말이 많아서 뜻을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종종 생긴다. 가령 '틀리다'와 '다르다'를 말에 맞지 않게 쓴다거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과 부정에 상관없이 남용하는 사례처럼 말이다. 한때는 책을 읽다가 우리말을 발견하거나 좋은 표현을 따로 기억해뒀다가 글을 쓸 때 써먹고는 했는데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다 보니 잊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도 우리가 비슷하게 여기는 말을 서로 비교해가며 설명해 줘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뜻을 알고 써야 한다는 걸 느꼈고 문해력을 높이려면 독서는 물론 한자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전히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공부하듯이 읽어야 한다. 헷갈리거나 평소 애매모호했던 말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순서와 상관없이 어느 상황에서 쓰이는지 그 쓰임새를 알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비교해가며 뜻을 배우고 나면 참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말의 재발견, 지식을 채우는 말, 관계를 넓히는 단어, 성숙함을 더하는 단어, 아는 만큼 성장하는 말로 나눴지만 미묘한 차이를 알려면 어느 쪽을 펼쳐봐도 무관하다. 우리말은 같은 말이라도 어느 문장과 함께 쓰는 냐에 따라 뜻이 다르고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말도 폭넓다. 지적인 표현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려면 그만큼 말의 뜻을 적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말을 품위 있게 쓰고 싶거나 미묘한 차이점을 알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언어, 단 한마디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 예절과 상황에 맞는 정확하고 적절한 말이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도 ‘말과 글’은 인상이나 평가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국어사전을 달달 외운다고 해서 우아하고 교양 있게 쓰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각각의 단어가 지닌 뜻을 바로 알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만 적재적소에서 세련된 표현을 쓸 수 있다. ‘노골적’과 ‘대놓고’라는 낱말은 어원을 모르면 그 차이를 알기 어렵고, 부인(婦人)과 부인(夫人) 역시 어원을 알아야 구분해서 쓸 수 있다. 또한, 큰 건물의 앞문을 전문(前門)이 아닌 정문(正門)이라 말하는 연유를 알면 그에 맞게끔 처신할 게 분명하다. 친구의 부모님께도 ‘너네 아빠’보다는 ‘춘부장’이라 부르면 조금 더 정중하다고 인식된다. 이처럼 어휘력을 키우는 일은 내 생각과 감정을 품위 있게 표출하고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높이는 일이자, 나의 삶을 지적으로 만드는 일과 직결된다. 감으로 쓴 낱말을 적확한 낱말로 모호한 글을 논리적인 글로 오해받는 말을 마음을 움직이는 말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소 어휘를 올바르고 풍부하게 사용한다면 일에서도 사생활에서도 품위 있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항상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언어와 관련된 실수가 잦다면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수고하셨습니다”와 “애쓰셨습니다”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쓰임새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수고’는 본래 ‘고통을 받음’이라는 뜻인 까닭에 동년배인 사람과 아랫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만약 신입사원이 이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윗사람에게 인사하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줄곧 우리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박영수 저자는 《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시각자료,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신문 기사와 문학에서 인용한 풍부한 예시 등을 통해 각 낱말이 어떤 의미를 지녔고, 어떻게 써야 정확하고 품위 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본인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되고, 점점 단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며, 마지막 장을 넘길 쯤에는 상황에 맞는 가장 적확한 어휘를 골라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이 책과 함께 ‘말 때문에’ 고통 받는 삶에서 ‘말 덕분에’ 품격이 올라가는 삶으로 바꾸어 보자.
저자
박영수
출판
유노책주
출판일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