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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들이 소비하는 문화 속 이야기의 뼈대는 어느 날 번뜩이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전 전해 내려오는 신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신화는 세계 곳곳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흔히들 서양 문화를 배울 때 <그리스·로마 신화>를 필독하길 권하는 이유가 있다.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을 잘 살펴보면 새롭게 창작한 것도 아이디어는 어느 신화 속 이야기에 영감받아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신화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히어로 무비 속에 등장하는 <토르>도 북유럽 신화에서 따와 재해석했을 뿐이다. 이처럼 신화가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화학자로 쉽고 재미있게 신화 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엄청난 흥행을 기록 중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중심 테마가 실은 인도네시아에서 전해져 오는 '바나나와 돌의 이야기' 속 바나나와 돌의 관계처럼 영원한 삶과 죽음을 작가의 해석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신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작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신의 작품의 중심축을 이룰 테마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된 이야기인데다 작가 나름의 역량과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다. 지금처럼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활자가 보급될 때까지 구전에서 구전으로 전파되었던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신화 속 이야기만큼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흥미진진한 오락거리는 없었을 테다. 그만큼 이야기가 가진 힘이 컸고 꿈과 희망,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화는 48가지로 짧게 어느 부분에서 차용되었는지 소개한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콘텐츠가 가진 힘에서 신화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보물 창고와 같다. 시대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이야기의 근원을 쫓아가니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신화로 전해져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곳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신화로써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신앙처럼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할 일종의 규율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우리들이 지금 열광하는 문화의 밑바탕엔 신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 이야기들은 어떤 작품 속 중요 테마로써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