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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언제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 나이대로 흘러가지 않고 죽는 날까지 나답게



<해내려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의 후속작인 <언제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은 4년간 4개 언어를 배운 어학연수 기간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4년 동안 페루 리마에서 스페인어, 툴루즈에서 프랑스어, 일본 도쿄에서 일본어,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웠으니 정년퇴임 후 퇴직 선물로 어학연수를 떠난 기간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물론 50세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으로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59세에 4개 언어의 능력 시험 고급 과정에 합격한다.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4개 언어를 공부한 셈이다. 이번에 나온 책 초반에 전작과 중복된 내용도 있지만 주로 4개 나라를 거치면서 어학연수를 했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다소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이 거슬렸지만 늦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하며 다진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글 곳곳에 베여있다. 현지에서 직접 가서 배우는 어학연수는 50세에 시작하여 10년 만에 4개 언어 능력 시험 고급 과정에 합격하며 배운 언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학연수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공부를 20년 동안 4개 언어를 배웠고 어학연수까지 마쳤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결심을 증명한 셈이고 4개 언어를 배운 덕분에 노년에도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사는 삶이 지루하고 의미 없다고 느껴진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흔한 말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키운다거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나 이 언어를 배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했다기 보다 그저 언어를 배워나가는 삶이 즐겁고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꾸준하게 자신이 정한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66세에 떠난 어학연수 일대기는 노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언제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날마다 나답게 익어갑니다.” 다들 소리 높여 ‘나다움’을 말하는 시대다. 요란하고 번잡한 세상에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고유한 색깔과 삶의 가치를 지켜가며 살고 싶다는 열망일 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그런 바람은 보통 퇴색하고 만다. 고집은 세지지만, 그간 만들어왔던 정체성은 빠르게 무너져내린다. 내일을 기대하며 자기다움을 가꿔가기보다 과거의 성취를 뒤적이며 추억 속에 머물고자 한다. 《언제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을 쓴 김원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행보는 이와 정반대다. 정년퇴임 후에 한층 더 자기다움을 멋지게 펼쳐 보인다. 오랫동안 해온 외국어 공부의 정점을 맛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4년간 페루, 프랑스, 일본, 대만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가 하면 상황이 여의치 않은 외국에서도 오랫동안 해온 운동을 놓지 않고 지속해간다. 수동적으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기 앞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변에 흩뿌린다. 일명 ‘파워 시니어’의 삶의 자세다. 도전의식과 의지만 뚜렷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다움을 가꿔갈 수 있다. 그럴 때 인생이 더욱 재미있고 값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생 후반을 누구보다도 나답게 살아가는 그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인생을 더욱 알록달록 풍성하게 채워가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날 것이다.
저자
김원곤
출판
청림출판
출판일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