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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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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 대부분은 경제 발전과 비례하여 부의 양극화는 심각해지는 양상을 띄고 있다. 1%의 슈퍼 리치가 극단적으로 부를 독차지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었다.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이유에 거부감이 드는 건 몇몇 사람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축적했기 때문인데 우리 사회를 보면 선순환 보다 권력 남용과 과소비적 성향이 강했다. 작년 설날 특집으로 방영한 '다큐 어른 김장하'를 감명 깊게 봤는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꾸준히 사회 환원을 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선한 영향력이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걸 알았다. 부를 과시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의 제한선을 두자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재산을 소수가 독점하는 게 해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는 모든 이의 행동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생하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인 부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이 책이 급진적인 생각을 담은 것 같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지구 환경 문제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에 대해서 얘기하고 부자가 되는 것을 다룬 책들을 보며 살짝 위화감이 들었는데 우리가 삶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가질 이유가 없어 보였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천만장자, 억만장자 등 매년 세계 부자 순위를 매기는 데 저자는 책에서 슈퍼 부자 중 상당수가 상속과 증여 덕분에 슈퍼 부자가 되었다고 말하며 그들이 가질 자격이 있는 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처럼 규모의 경제학에서 부를 소수가 독점하게 되면 생기는 문제보다 부의 제한주의로 인해 제공될 혜택과 기회는 매우 크다.

"집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면 부유선을 넘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도 부의 제한주의가 필요하다."

몇몇 슈퍼 부자가 보유한 재산이 어느 나라의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하던데 저자가 제안한 1,000만 파운드로 부를 제한할 경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부의 제한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일인데 우리나라도 90년대 신자유주의를 도입했다가 IMF 사태를 맞았고 부의 양극화는 심각해졌다. 계급 간의 분리를 줄이는 것, 경제 권력에 균형을 잡는 것, 조세 재정 당국의 역량 회복, 부정한 돈을 회수하는 것, 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하는 것, 세대 간 부의 전승을 막는 것 등 부의 집중화를 막고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볼 만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소수가 많은 부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해부하여 방향성을 제시한다.

 
부의 제한선
“왜 우리는 가난에만 주목하고, 부의 제한선은 이야기하지 않는가?” 《세계 부 데이터북(2023, UBS)》에 따르면 한국은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인 백만장자의 수가 세계 10위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을, 상위 1% 슈퍼 리치가 전체 부의 22%를 소유한다. 여느 선진국 못잖게 부의 쏠림도 심각하다. 《부의 제한선》에서 저자는 불평등을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시스템이 공멸하기 직전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불평등을 제어하려면 빈곤층을 보조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부도 제한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주장한다. 그것이 결국 부유층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부의 극단적 집중화에 천착해온 세계적 석학으로 개인의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Limitarianism)’를 주장해 왔다. ‘정치적 제한선’으로 순자산 기준 1천만 달러를, ‘윤리적 제한선’으로 1백만 달러를 설정한다. 정치적 제한선은 개인이 더는 축적할 수 없게 제도가 제약해야 하는 기준이고 윤리적 제한선은 돈이 더 있다고 해도 후생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기준이다. 이 책은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탄탄한 연구 사례와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전개하며, 흔히 제기되는 반대 의견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다시 반박한다. 부의 제한선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슈퍼 리치들의 사례도 포함되었다. 부의 제한선은 가난한 계층을 계속 빈곤에 묶어두고, 민주주의를 특권층의 의견으로 물들이는 지금의 세상에 대안이 되어줄까? 태어난 지역이나 상속액의 차이로 인생 출발선부터 격차가 너무 벌어지거나, 부유층의 탐욕적 소비로 지구를 황폐화하는 폐해에도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 누구도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될 자격은 없으며, 거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을 그 엄청난 돈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공공연한 사실은, SNS에 노출되는 과시적인 소비와 달리 극단적인 부는 은밀하게 숨어 있다고들 한다. 《부의 제한선》은 ‘진짜’ 슈퍼 리치들이 부를 어떻게 감추며 향유하는지 눈을 뜨게 한다.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과)는 “성공 방정식이 흔들리면서 피크 코리아 논란에 갇힌 한국에 《부의 제한선》이 철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디톡스를 제공할 터”라며 추천했다.
저자
잉그리드 로베인스
출판
세종서적
출판일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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