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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대비, 왕의 여자 : 왕권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여성 권력자 4인을 말하다




조선시대에도 왕권을 쥐어흔든 여인들이 있었다. 드라마 <여인천하>나 영화 <역린>처럼 <대비, 왕의 여자>는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친 왕비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왕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였을 경우에 어머니가 수렴청정을 하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역사의 다른 관점에서 표현해냈는 점이 독특했는데 책에서 다루는 정희왕후 윤시, 인수대비 한씨, 정순왕후 김씨, 순원왕후 김씨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권력자들이었다. 유교적인 관점에 비춰보면 현모양처 혹은 헌신적으로 아들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숱하게 방영된 사극에서도 단골 소재이기도 한데 워낙 복선도 많고 극심한 긴장감과 흥미로운 주제들과 에피소드들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제작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역사 속에 비춰진 모습은 그렇게 좋지 못한 것 같다. 조선시대는 항상 두 파로 갈리는 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한쪽 세력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정을 장악해야 했고, 자신의 친족들을 권력의 중심으로 모을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 <역린>의 정순왕후 김씨 때문이 아닐까 싶다. 15세의 나이로 정조대왕과 결혼하였고,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와 권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고증을 거친 역사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후대에 사는 사람은 그 당시의 상황을 흥미롭게 읽을만하다. 실록에서 발췌한 문장부터 지인과 서신교환을 한 편지글, 다른 책에서 발췌한 이야기들로 신뢰감을 더해준다. 아무래도 역사를 다룬 책이기에 여인의 시점에서 쓰여졌을 때는 통사적인 시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유교적인 성향이 강한 성리학 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여성으로서 막강한 권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같다. 대단한 권력욕이다.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고 이들은 행동을 할 때 여느 남성 못지 않은 단호함이 있다. 때로는 자신의 아들이 죽었는데도 비정하게 방치해두기 하고, 12년을 기다려 자신의 아들인 성종을 즉위시키지만 훈구 세력과 사림 세력 사이에서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던 인수대비 한씨 등 비록 욕망의 대상은 항상 자신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신라시대의 선덕여왕처럼 자애롭거나 백성을 항상 생각하며 이들을 위해 베푸는 어떤 행동은 없었다. 백성에게 존경받지 못한 채 권력이라는 울타리에 매몰된 채 평생을 살아온 인생은 권력무상이라는 말처럼 허망하게 들릴 뿐이다. 두 파로 갈려졌을 때 자신의 뿌리를 지키고 세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생각에만 골몰한 나머지 백성들의 궁핍함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지는 못한 한계가 있다. 오히려 왕이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막아설 뿐이었고, 소모적인 정치로 인해 애꿎은 희생자들만 양산해내었다. 이는 조선시대 4대 사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없는 죄도 뒤집어 써서 희생 제물이 되어야 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다른 관점, 여성의 시각에서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책을 통해 완벽하게 그 당시의 정황들을 완벽하게 복원해 내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선시대를 뒤흔든 4명의 여성들의 행적이 궁금해할 것이다. 어느 한 편으로는 참신하고 여성의 권력욕도 남성 못지 않게 더 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극으로 익숙하게 만나왔지만 책을 통해 보다 더 자세한 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양성평등이 당연한 이 시대에 읽는 <대비, 왕의 여자>는 그래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대비, 왕 위의 여자

저자
김수지 지음
출판사
인문서원 | 2014-05-2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조선 시대 대비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었다?지아비를 잃고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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