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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시인이 전하는 감성에세이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없으면 쓰여질 수 없는 글들이다. 줄곧 그가 써낸 시들은 포근하게 안아주는 안락처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삶의 난관에 부딪혀 힘들고 괴로울 때면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고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만하다고 토닥여주듯 늘 힘이 되어주곤 했다. 그 시인의 감성은 고스란히 산문으로 담아내 아름다운 그림을 여백으로 삼아 오랜만에 신작을 펴냈다. 시인이 펴낸 산문집을 만난 느낌은 소설가 박범신이 얼마전에 펴낸 <힐링>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느꼈던 감성과 맞닿아있다. 가볍게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글들을 가볍게 흘려보낼 수 없는 것처럼 작가의 힘은 깊은 곳에서 흘러 나온다.


국내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환경 속으로 들어가면 그 지역 특유의 색깔 때문에 외따로이 떨어져 객의 입장에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런데 찐빵이 끌려 들어간 찐빵집에서 몇 개의 찐빵을 고르고 있으니 늦은 저녁에 배 곪지 말고 들어와서 한 끼 해결하고 가라는 그 집 주인장의 손짓이 정겹기만 하다.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내 것만 챙기는 아니, 내 밥 그릇을 지켜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사건이 어느새 드문드문 일어날 뿐인데 그가 만난 사람들은 이웃에 대한 베품이 있고 없는 살림에서 함께 밥그릇을 나눠주는 일에 야박하지 않는 정이 있다. 정호승 시인이 겪은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데에는 이웃에 대한 소중함을 독자들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 실려있는 듯 하다.


노숙자들은 목욕을 오랜 기간 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역에만 가도 코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의 악취로 진동한다. 게다가 노숙자가 앉은 자리에는 그 냄새가 베어있어서 옮길 정도이다. 헌데 노숙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스스럼없이 만지고 치료해준다. 후원자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폐업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숙자를 돕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이혜인 수녀 등 우리가 존경할만한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음지에서 이렇게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총 4부로 나뉘어 71편의 글들은 너무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어서 오늘을 감사하면서 살자라는 메세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힘이 되어준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써내린 글들은 우리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잔잔하게 스며들어오는 따뜻한 감성과 위로의 메세지라 순수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인데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니 왠지 그 마음 꼭 지켜야 할 것 같다.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저자
정호승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14-06-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인생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인생에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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