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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바다. 넓고 깊은 바다. 바다는 내게 알 수 없는 미지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면서 두려움의 존재다. 수영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 밑까지 오는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경험은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는 거대한 그린란드 상어를 잡으려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 낭만적이기 보다는 젊음이란 이름의 무모함이 맞을 것 같았다. 마치 헤밍웨이의 명작인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모험이다. 그 거대한 상어를 잡기 위해 아무런 첨단 장비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이들의 표류기. 조금은 엉뚱하기도 하고 상어가 뭐길래 이리 생고생을 하나 싶다. 원양어선 급 배를 몰고 작살과 음파 측정기가 있어야 잡을까 말까 한데 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할 것일까? 그럼에도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 수상과 16개국의 출간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지 상어잡는 과정만 있다면 그저그런 책이겠지만 이 책은 저자의 깊은 사색에도 나오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가령 노르웨의 역사나 지역에 대한 이야기부터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바다에 얽힌 노르웨이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는 꽤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다. 아마 바다에 오래 머무는 동안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거대한 자연에 맞서서 과거 인간이 품은 동경심이 아닐까? 단순히 고무보트에 의지해 상어를 잡으러 떠난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들 속에 저자의 생각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나중에 가서야 그린란드 상어를 발견하고 잡을 수 있었지만 후고의 낚시에 걸린 상어를 칼로 끊어버린다. 아마 매머드급 고래처럼 상어의 무게와 꿈틀거림때문에 배에 위험을 가져올거라 생각했는지 그간의 고생이나 목표를 거의 이루려는 찰나 포기해버린 것이다.


어쩌면 부럽기도 하다. 일상생활을 뒤로 한 채 1년 가까이 바다를 떠돌며 상어를 잡으러 떠나는 두 남자는 무엇을 깨닫고 느꼈을까? 우리는 일상의 고민들로 인해 이런 생각조차 꿈꾸지 않은 지 오래됐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들에 발목이 잡혀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가슴 뛰고 설레이는 일이다. 누구도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은 이들은 실행에 옮겼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고생을 견디며 꿈꾸며 버텨왔다. 망망대해 바다 위에서 후고와 함께 이들은 어리석은 프로젝트였지만 이미 바다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우리도 이런 시도를 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세상은 무모하다며 말리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도전하는 이유가 이 책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