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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단델라이언 : 가와이 간지 - 민들레와 절묘하게 연결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 시리즈 완결편인 <단델라이언>은 책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소설을 관통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프랑스어인 'dent-de-lion'에서 유래한 민들레로 사자의 이빨 혹은 송곳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점점 이야기는 속도감을 내며 왜 그녀가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외진 곳 어느 사일로에서 밀납이 된 채 허공이 매달리게 되었는지 복선들이 연결되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에미와 유메는 어머니조차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할 수 없을만큼 닮은 일란성 쌍둥이로 어릴 때 좋아했던 전래동화인 '하늘을 나는 소녀'가 프롤로그에 나온다.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에미는 자신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 그것이 그녀의 꿈이기도 했다. 대학교 신입생이 된 에미는 우연히 길을 걷다가 페트병으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는다는 선배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동아리인 '민들레 모임'으로 에미는 가입하게 된다.



현재와 달리 과거의 이야기는 에미 자신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장치들이 설득력을 얻고 전개되는 과정에 더욱 몰입감을 실어주는 것 같다. 피해자의 눈으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아가면서 이상향을 꿈꾸는 모임일거라고 생각했던 '민들레 모임'의 실상을 자세히 파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부세 다다시가 회장으로 있는 민들레 모임은 종이 팩 운동, 라이프 백 운동, 해피 캡 운동 등을 벌이는 환경 동아리였고 단순히 자연을 지키고 싶어했던 마음과 함께 가입을 했는데 사건이 벌어진 주요 지점인 히노하라 촌의 어느 폐목장에서 그들만의 유토피아인 '민들레 나라'를 만들어 이상향을 실현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이루지는 못했다. 에미는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신이 현실성 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깨닫게 된다. 16년간의 시차를 두고 현실에서의 히메노는 그의 파트너 선배인 가부라기와 함께 이 사건을 맡으면서 '민들레 모임'의 실체와 진범을 찾기 위해 증거들을 모으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기묘하게도 프롤로그의 '하늘을 나는 소녀'라는 전래동화와 엇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이 풍족하고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그건 누군가를 커다란 뱀에게 매년 제물을 바쳤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마을사람들에게 잡혀 제물이 된 하늘을 나는 소녀는 그 뱀에게 '행복은 필요없다'고 소원을 빌며 풀려났는데 누군가가 희생 제물이 되어야 유지되는 행복은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마치 에미가 그런 제물로 바쳐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안은 빗장으로 걸어잠그고 밖은 맹꽁이자물쇠로 걸어잠근 사일로 안에서 허공에 매단 채 죽임을 당할 수 있었을까? 가와이 간지의 신작 <단델라이언>은 탄탄한 스토리와 소설 속 여러 부분의 복선들. 가부라기 형사와 히메노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팀웍은 현실성이 있었고,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써 굉장한 재미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고 하는데 결말에 이르러서 나오는 사건의 전말과 반전 등 무더운 여름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던 벌써부터 가와이 간지의 차기작이 기다려지게 한다. 에미와 유메가 일란성 쌍둥이라는 점도 아마 여러 복선들 중에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작가는 하나의 전래동화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했는지 감탄하면서 읽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