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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비하인드 도어 : B. A. 패리스 장편소설 - 탁월한 심리묘사로 공포를 극대화시킨 소설



모든 비극은 가장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일까?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것 같은 가정이었다. 근데 이것을 미리 계산해두고 접근한거라면? 일상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코패스이기에 누구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 빼어난 미모를 갖춘 그레이스에게는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여동생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밀러는 사실 부모가 뱃 속에서부터 지우려던 아이였으니 그레이스의 강력한 요청으로 낳게 되었고 밀러를 입양하려 할 때도 저항을 한 끝에 지켜낸 그레이스다. 그래서 였을까? 누구나 흠모하는 외모와 매너를 갖춘 잭이 밀러에게 춤을 청할 때 그레이스는 한 순간에 반하고 만다. 


심지어 사귀고 난 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잭이 결혼할 때 밀러와 같이 살겠다고 했을 때는 그 어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없었을 것이다.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인 잭은 단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유능한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 재력도 갖춘데다 흠잡을 데 없는 매너가 몸에 밴 사람이라서 초반에 다른 부부를 초청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뭐든 완벽해야만 했다. 그레이스가 심리적 압박을 느낀 부분은 왜 그랬는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잭의 실체와 그레이스 자매에 닥친 불행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을 옥죄게 만든다. 초반 그려진 저택에 대한 묘사도 가만히 보니 섬뜩한 느낌이다. 완벽한 보안시설과 높은 담장은 역으로 보면 그레이스와 밀러가 도저히 저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완벽하게 갇힌 상태에서 온갖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잭은 그런 모습을 보며 쾌락을 느끼고 그레이스는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동생이 있었고 이들은 잭의 완벽한 설계에 갇혀 지낸다고 생각하니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이면서 육체적인 고통이 아닌 정신적인 고통으로 자신의 아내와 처재를 괴롭힌다는 설정에서부터 이 소설이 가진 스릴러의 장점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나 표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사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방은 밀러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고, 이제 행복만이 이들을 기다릴 것 같았던 기대와는 달리 잭으로부터 감금과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끔찍한 공간으로 뒤바뀌었다. 이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올 여름 더위로 날려버릴만큼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스릴러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