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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 세계여행 포토에세이



책 제목을 왜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지었을까?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붉은 두건을 눌러 쓴 할아버지의 붉게 충혈된 눈과 붉게 물든 손톱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표정은 수심이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인으로 알려진 김인자 씨가 에세이 형식으로 쓴 에세이로 길게는 20년, 짧게는 지난 계절 동안 여행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묶은 책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남미대륙을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했다. 걷기 배낭여행부터 버스나 기차,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캠퍼밴,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광지보다는 재래시장과 오지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을 찾아다녔다. 


저자는 이 책에 기록된 것들이 주로 색에 관한 보고서라고 한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유독 색상이 강렬하고 그 민족이나 인종을 상징하는 것처럼 다양하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서 읽기에 좋았던 것 같다.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행선지를 따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는 지역에서의 일들을 에세이로 편안하게 쓰고 있다. 낯선 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삶의 지혜를 배우고 나를 일깨우는 성찰의 시간이다. 홀로 여행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을텐데 그가 생각하는 여행은 무력한 일상과 우울을 소소한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하는 동안 어느 마을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보며 자신을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내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오늘을 누리면서 살고 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당연한 듯이 여기며, 하루하루 삶을 누리기 보다 치여 살고 있는지 않은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세계 곳곳을 다닌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여행을 해서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통해서 얻은 삶에 대한 시선, 진정 오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던 행복한 순간들이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이 아닌 매일 살아숨쉬는 여행을 다시 꿈꾼다는 그녀의 이 책을 통해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