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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장편소설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 혹은 추천도서 목록에 올랐던 <파이 이야기>가 13년 만에 일러스트를 보강해서 새로 나왔다. 표지도 더 산뜻하게 바뀌었고 띠지에 적힌 '전 세계 누적 판매 1000만부 돌파'라는 문구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이라고 해서 먹는 파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궁금증은 금새 풀렸다. 파이의 원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인데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 서 있던 로마 병사가 그를 '피싱 파텔'로 부르면서 놀림감이 됐는데 폰디체리 최고의 영어 중등 사립학교인 '프티 세미네르'에 진학한 등교 첫 날 수업시간에 자신을 소개할 때 파이 파텔이라고 소개한 후로 더 이상 놀림을 받지 않게 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수학 기호인 베타나 감마 등을 자신을 소개하는 등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파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폰디체리에서 제법 큰 규모의 동물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형과 함께 동물원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배웠고 철장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을 누구보다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부터 마주치는 사육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하게 지냈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에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분은 활동 영역에 대한 것으로 나눴다. 1부는 토론토와 폰디체리, 2부는 태평양, 3부는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이다. 제법 탄탄하게 느껴질만한 스토리에 올컬러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수록되어 있어서 지루할 새 없이 책장을 넘기면서 읽어 내려갔다. 아무 부족함 없이 자란 그는 화물선을 타며 여행하던 중 침몰하여 구명보트에 의지한 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의 곁에는 하이에나, 오랑우탄 그리고 벵골 호랑이와 같은 동물만 있을 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처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살기 위해서라면 잠시의 무서움도 물리칠 수 있고 오직 본능에만 충실하게 된다. 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잠을 자고 또 먹은 것을 배설하는 걸 보면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생존게임이면서 성장기와도 같은 이야기인데 물고기를 만지는 것조차 꺼려 했지만 커다란 만새기 사냥도 척척 해내고 잡은 바다거북의 모든 부위를 먹는 등 못해낼 것이 없어 보인다. 같은 구명보트에 탄 벵골호랑이와 같이 무려 227일간 표류하며 떠도는 데 그 이야기가 그 안에 생존을 위해서 파이가 해낸 일들은 보며 사람에게 지혜라는 것은 모든 것이 충족된 상황보다는 절박하고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할 때 나온다는 걸 보며 파이가 대견스러웠다. 어서 빨리 구조되기만을 응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삶은 소중하다.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일들이 기적과도 같지만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기 보다는 표류하며 떠도는 시간보다 한층 더 성장해가는 파이를 보며 우리도 지금 처한 상황에 절망에 빠져 낙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며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파이 이야기>가 오랜 시간동안 전세계 독자들로부터 꾸준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