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 날씨만큼 변화무쌍한 중년의 마음을 보듬다



나이가 드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지닌 숙명이다. 이를 거스를 수 있는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동안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도 늙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이듦으로 인해 일터에서, 삶의 현장에서 밀어내는 건 서글픈 일이다. 나이를 의식하며 산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을 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식하기 시작하면 무언가에 대한 도전도 망설여서 결국 시도조차 못한 채 나이가 먹게 된다. 가장 좋은 시기라는 건 없다.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과 과정은 존재하지만 내 삶을 귀속시켜 산다면 불행할 것 같다.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건 태어날 때부터 성인식이 이뤄질 때가 아닐까? 아기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사람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극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기도 하며 실패와 좌절, 작은 성공과 성취로 내면이 다져지는 과정을 겪는다. 이 책은 마흔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문득 내게 건네는 질문은 세대별로 각각 다른 것 같다. 마흔에 접어들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유연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마흔이 될 때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불안이 증폭되기 보다는 앞으로 할 일들만 바라봤다. 분명 10대, 20대와는 다르다. 씁쓸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그때와 달라져 있고 나이라는 무게에 자신을 눌러버리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고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삶의 속도는 저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조급하지 않게 불확실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순간들은 어김없이 내게 찾아올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결혼, 출산은 선택의 문제인 듯 싶다. 우리의 삶이 끊임없는 선택을 하며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항상 남을 의식하며 보편적인 가치에 기준을 두고 바라봤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사람마다 각각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이 있다. 요즘 난 느리게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그것이 잘 되지는 않는다. 무엇을 만들려고 할 때 급하고 빠르게 하려는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늦추고 느리게 해도 되는데 오랫동안 직업에서 얻은 습성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중년에 들어선다고 지나온 삶을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단지 내일의 자신을 위해 오늘을 즐겁게 살아가면 될 뿐이다. 이 책은 이제 중년에 접어든 여성의 감수성으로 쓴 책이라서 삶의 작은 조각들에 반응하며 생각보다 나이든다는 것이 괜찮다며 위로해주는 인문 에세이다.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다. 미리 살아본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다만 그동안 겪어온 숱한 경험들을 토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의 기준점으로 자신을 옭아매기 보다는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산다면 나도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이 되지 않을까? 아직 내일이 온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