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 소설은 현재 개봉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원작인 동명 소설이다.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는 <태양의 탑>으로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인데 이 소설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오른데다 2007년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 대상 2위를 하며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다. 애니메이션도 제28회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부분 그랑프리, 제41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에 오를 정도로 소설과 애니메이션 모두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기존 작품과는 다른 차별점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이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일까? 역자 후기에도 언급한 것처럼 단순하게 보면 같은 대학교 다니는 선배가 밝은 성격의 후배를 짝사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판타스틱 밤마실 로맨스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주로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기묘묘한 일들이 반복되며 등장인물 또한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갖고 있다. 선배의 이름은 독자 제현으로 그녀에게 빠져든 뒤로는 주변을 배회하며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가 고작이다. 어리숙한 면도 많이 보이고 좋아한다는 고백도 하지 못한다. 근데 그녀 또한 천진무구하기만 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도도씨가 인생을 논하며 이야기하다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반복했는데 근데 반응이 묘하다. '어쨌든 그 정도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길 배포가 왜 내겐 없는 걸까요'하며 오히려 가해자를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무리 일본 소설이라지만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음이 천사인건지 아니면 맹한건지 구분이 안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히구치와 하누키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일에 엮이며 여러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백 씨와의 음주 배틀에서 이기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일본식 표현이 그대로 나와서 실제 소설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읽기 어려웠다. 집중을 방해한다고 해야 할만큼 직역을 해놔서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책은 여자와 남자의 관점으로 각각 진행되는데 이를 알기 쉽게 표시한 부분이 빠져서 오히려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뜩이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로 혼란스러운데 언제쯤 이들의 로맨스가 이어질 지 지켜봐야만 한다. 크게 진전되지도 않고 독자 제현이 만드는 우연한 만남은 항상 이런 대화로 귀결된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 "아, 선배, 또 만났네요!"하며 은근슬쩍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판타지라는 건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걸 상상으로나마 표현해낸 것을 말한다. 밤마다 펼쳐지는 이벤트와 매번 다른 상상력의 결과물이 소설 내내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으니 우선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에 원작 소설을 읽는다면 구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에 대한 빠른 이해로 읽기 수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