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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 양정훈 여행수필



우리가 사는 매순간은 홀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 길을 걷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하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양정훈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감수성 짙은 문장과 여백을 충분히 주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누구나 가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내 경험과 맞닿아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패에 연연해서 자책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지나가는 순간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과 삶은 서로 닮은 것 같다. 내게 기쁨을 주다가도 때론 아픔이 되기도 한다. 앞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글 중에서 '열심 사회'가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의 상당수가 더 뛰라고, 더 바빠지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격려하고, 심지어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몹시 열심히 살아야 살아낼 수 있는 삶이 어떻게 좋은 삶이 될 수 있는가. 항상 최선을 다해야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이를 악물고 간절해야 꿈에 닿을 수 있는 사회가 어떻게 건강한 곳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지 못하겠다." p. 173~174

지난날에 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야 열심히 사는 걸로만 알았다. 아니 사회생활을 한다면 의례 그렇게 살아야만 내 몫을 다하며 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쉬는 동안 들은 소식들 대부분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다 자살을 택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무런 일 없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걸 왜 죄악시 하는가? 삶에 치여 내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왜 없을까? 한시도 쉬지 않고 노예처럼 몸바쳐 충성을 다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이 오늘따라 애잔하게 느껴진다. 항상 죽을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장은 건강하지 못하다.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길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가 아니면 챙겨주지 않는다. 

둘레길을 걸을 때나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하고 쉬어갈 수 있을 때 쉬었다 가야 한다. 그래야 몸과 발에 무리가 가지 않고 빨리 회복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서둘러 가면 반드시 몸에 탈이 나거나 발바닥이 아른거린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직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의 경험과 자신이 겪는 과거를 회상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담백하고 겉치장을 하지 않은 수수함이 좋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더 보태야 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오늘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