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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동감 넘치게 읽을만한 역사 소설이다. 임진왜란 당시를 배경으로 숨겨진 영웅 '김충선' 장군을 다루고 있는 역랑은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에게 길러진 사야가가 조선으로 귀화하여 용맹하게 일본군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야가는 조선으로 귀화했을 때 휘하에 200명의 최정예 조총 부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조총 부대 5천은 보병 부대 5만에 육박하는 규모와 화력을 자랑했기에 조총 부대가 없는 조선으로써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을 것이다. 일본의 전법을 알기 때문에 권율 장군에게 군사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사야가 히로는 천식으로 고생하였지만 보모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살아난 아이로 전투 예하 부대에서도 뛰어난 전략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그의 예측은 틀린 적이 없었고 붉은돌 부대에서 큰 공을 세운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쇼지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겐카쿠의 입양 딸인 아츠카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또한 뎃포의 전법을 완성하기 위해 1년간 포도국 언어를 배우기 위해 열성이다. 확실히 조총이 가진 위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그 언어를 알아야 제대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걸 어린 나이에 깨달았던 것이다.

일본 통일을 이룬 오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빠르게 세력을 장악하기 시작하는 데 그 과정에서 노부나가에 속해있던 붉은 돌 부대의 겐카쿠는 히데요시의 명을 받은 마쓰시다 노부쓰나에 의해 성에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히로는 이미 마고이치의 지위에 올라서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 사무라이들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만큼 언제든 상대방을 명분에 따라 쉽게 죽일 수 있는 살의가 곳곳에서 전해진다. 뎃포의 귀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히로는 그 누구보다 뎃포를 잘 아는만큼 다루는 데도 능숙했기에 출병할 때도 상당수의 조총 부대를 거느릴 수 있었다. 임진왜란은 조선의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부대도 없었고 전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일본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해상에는 이순신 장군이 버티고 있었고 육상에서는 권율 장군과 곳곳에서 일어난 의병군 그리고 조선으로 귀순한 김충선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임진왜란 중후반에 명나라가 지원을 보내왔지만 치열한 전투 과정 속에서도 "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라고 8살에 그런 생각을 가진 김충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을 조선군과 공유하면서 전투를 승리를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인의 병법, 전술, 무기마다 가진 디테일 등 치열하게 파고들어 소설에 녹여낼 수 있었다. 시종일관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고,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임진왜란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에 놓이도록 만들어 한 번 손에 쥐면 계속 읽게 된다. 역사적 사실 속에 허구를 넣었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럴 듯한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김충선 장군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 됨됨이에서 후대 사람들이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는 것도 이 소설이 가진 의의라고 생각한다. 파도치는 역랑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김충선 장군은 이를 통해 정말 답을 찾게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